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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8차 사건 범인, 법정에서도 결백 주장… “고문 때문에 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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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8차 사건 범인, 법정에서도 결백 주장… “고문 때문에 자백”

입력
2019.10.07 12:17
수정
2019.10.07 18:4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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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경찰청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 앞. 임명수 기자
경기남부경찰청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 앞. 임명수 기자

이춘재(56)의 때늦은 자백으로 화성연쇄살인사건 8차 사건의 진범이 누구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 사건 범인으로 지목됐던 윤모(52)씨가 30년 전 재판에서 줄곧 결백을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당시 경기 화성군 태안읍에서 여중생(당시 13세)이 자기 방에서 잠을 자다가 피살당한 사건으로 지금까지 모방범죄로 알려져 있었다. 윤씨는 이 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7일 한국일보가 확보한 윤씨에 대한 2·3심 판결문에 따르면, 경찰수사 때부터 범행을 자백했던 윤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항소심부터 진술을 번복, “수사기관의 고문 때문에 허위 진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당시 재판에서 “8차 사건이 일어날 때 다른 사람과 함께 집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며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경찰에서 혹독한 고문을 받았고, 결국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허위로 자백을 했다”고 진술했다.

윤씨는 사건 발생 열 달 정도 지난 1989년 7월 검거됐다. 경찰은 범행 현장에서 확보한 체모에서 티타늄, 망간, 알루미늄 등의 수치가 높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용접공인 윤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수사와 1심 법정에서 범행을 인정했던 윤씨는 항소심에서부터 결백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윤씨가 경찰 조사에서부터 1심까지 일관되게 범행을 시인했고 △1심에서 검사가 제출한 모든 수사자료를 증거로 동의한 바 있으며 △윤씨의 범행 현장 접근 경로 등 진술 내용이 범행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이유를 들어 윤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당시 재판부는 범행현장에서 발견된 체모가 윤씨의 것으로 확인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현장에 남겨진 것으로 보이는 음모 5개와 피고인의 음모에 대한 감정의뢰회보서 및 소견서의 기재 등을 종합해 보면 범행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강요에 의해 자백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당시 재판부는 “수사기관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형량이 과하다는 윤씨 측 주장도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음이 울적하다는 단순한 감정에서 나이 어린 피해자의 목을 졸라 실신시키고, 성폭행한 후 그대로 방치하는 등 범행의 방법이 잔인하다”며 “범행 후 10개월 이상 태연히 자신의 일에 종사해왔다는 점에 비춰볼 무기징역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넘겨받은 대법원도 같은 결론을 냈다. 대법원은 1990년 5월 “윤씨의 자백이 고문 등 강요에 의한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없다”며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하지만 윤씨는 수감생활 내내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며 억울하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수감생활 21년 만인 2010년에 모범수로 가석방돼 출소했다. 8차 사건도 자신의 범행이라는 이춘재의 자백이 사실이라면, 당시 경찰은 부실수사로, 또 법원은 부실한 재판으로 무고한 사람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셈이 된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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