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실종 장애인 찾느라 급한데… “평일에 연락하라”는 구청 공무원

알림

실종 장애인 찾느라 급한데… “평일에 연락하라”는 구청 공무원

입력
2019.10.09 04:40
10면
0 0
삽화=신동준 기자
삽화=신동준 기자

경찰로부터 실종 장애인을 찾기 위해 자료 조회를 요청 받은 A구청 직원이 “주말이라 담당자가 없으니 평일에 연락하라”며 거부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경찰이 실종신고 5일 만에 실종자를 찾아 다행히 불상사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실종신고를 대하는 공무원의 태도가 상당히 안이한 것 아니냔 비판이 쏟아진다.

8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8월9일 금요일 오후 4시쯤 서울시 노원구 중계동에서 중증 발달장애인 한모(27)씨가 실종됐다. 노원구 장애인일자리센터서 일하는 한씨는 항상 오후 4시쯤 한씨를 데리러 온 어머니 B씨와 함께 퇴근하곤 했는데, 이날은 어머니와 길이 엇갈리면서 한씨를 놓친 것이다. 한참 한씨를 찾아 헤매던 B씨는 저녁 9시쯤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은 다음날까지 노원구 일대를 샅샅이 뒤졌지만 성과가 없었다.

아무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러가 애간장을 태우던 경찰은 실종된 지 3일째인 11일 B씨로부터 “평소 아들 한씨가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는 얘길 듣고 장애인 복지카드를 떠올린다. 복지카드에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만큼 복지카드 번호만 알면 한씨의 지하철 이동경로를 조회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11일 저녁 7시쯤 A구청에 전화를 걸어 한씨의 복지카드 번호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당시 당직을 서던 직원은 “본인은 담당자가 아니다”며 해당 부서직원을 연결해줬고, 해당 직원은 “일요일은 주민센터도 문을 닫아 알 길 없다”고 답했다. 경찰은 더는 재촉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경찰은 실종 4일째인 월요일 아침 해당 주민센터에서 한씨의 복지카드 번호를 알아 냈고, 이를 통해 한씨의 지하철 이동경로를 파악할 수 있었다. 경찰은 한씨가 12일 자정 천호역에서 마지막으로 하차한 걸 토대로 근처에 현수막 등을 걸었고, 실종 5일째인 14일 밤 현수막을 본 주민 신고로 경기 하남시 망월동 인근에서 한씨를 찾을 수 있었다.

주말이라 복지카드 정보를 조회할 수 없었다는 담당자 설명도 사실이 아니었다. 같은 달 중순 주말에도 A구청에 실종 장애인의 복지카드 정보를 조회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는데, 당시엔 당직자가 주민센터 담당자에게 직접 연락을 해 실종자의 동선을 빨리 파악할 수 있었다. 물론 이 모든 책임을 구청 직원에게만 묻긴 어렵다. 애초 행동분석이 어려운 발달장애인 특성을 고려해 실종 장애인을 바로 찾기 위한 조회시스템을 갖추면 되는데, 그런 시스템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복지카드 번호를 조회하려면 반드시 주민센터를 거치도록 돼 있다 보니 지금처럼 주말이면 공백이 생길 수 있다. A구청 관계자는 “주말이라고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전달 체계 매뉴얼을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장애인이 실종된 경우 처음부터 대중교통 이동경로를 파악하도록 하는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장애인의 실종 골든타임은 아동과 같은 48시간인데 정작 실종 땐 유관기관 간 협조가 긴밀히 이뤄지지 못한다”며 “체계적인 매뉴얼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진웅 기자 woo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