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 전화번호^대화 넘어가… 5년 전 ‘사이버 사찰 논란’ 1심
사이버 사찰 논란을 불러 일으킨 수사기관의 카카오톡 압수수색 사건에 대해 법원이 “단체대화방 참가자 모두의 정보를 압수한 것은 적법하다”는 판단을 5년 만에 내놓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6단독 오민석 부장판사는 정진우 전 노동당 부대표 등 24명이 국가와 카카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에서 “국가가 정 전 부대표에게 100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 전 부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23명에 대해서는 국가의 배상책임도 인정하지 않았다.
정 전 부대표는 2014년 6월 10일 국무총리 공관 인근에서 세월호 참사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를 주최하고 경찰의 해산명령에 불응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당시 경찰은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팩스로 카카오에 보냈고, 카카오는 정 전 부대표와 같은 대화방에 있던 카카오톡 이용자 2,000여명의 전화번호와 대화 내용 등을 이메일로 경찰에 제출했다.
이에 정 전 부대표는 시민단체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톡 압수수색으로 광범위한 사찰이 이뤄졌다”고 폭로했다. “대화방에 들어와 있을 뿐 전혀 대화한 사실이 없는 이들의 전화번호, 혐의사실과 무관한 사적인 대화 내용 등을 무분별하게 압수해 영장의 허용범위를 넘어섰다”며 국가와 카카오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허용된 범위를 넘어선 개인정보가 압수됐다고 할 수 없다”면서 정 전 부대표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혀 대화한 사실이 없는 제3자라고 하더라도 모두 정 전 부대표와 이야기를 주고받기 위한 상대방으로서 대화방에 들어왔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혐의사실과 무관한 사적인 대화내용이나 사진 등이 압수됐다”는 주장 또한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경찰이 카카오에 영장의 원본을 제시하지 않고 팩스로 보낸 것에 대해서는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이 일부 인정됐다. 재판부는 “수사관행 내지 효율성 등만을 내세워 형사소송법이 정한 영장 집행절차를 위반했고, 그 결과 정 전 부대표의 사생활의 비밀 등이 침해되는 손해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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