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軍제대 1986년에만 4차례 살인… 그해 ‘연쇄강간’도 이춘재 가능성

알림

軍제대 1986년에만 4차례 살인… 그해 ‘연쇄강간’도 이춘재 가능성

입력
2019.10.01 22:32
수정
2019.10.02 15:04
2면
0 0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재구성]

2월~7월 성폭행 피의자 7명 “범인은 170㎝ 안 되는 20대 초반”

결혼 후 화성 연쇄살인 멈췄지만 이춘재 추가 범죄 더 있을 수도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이춘재 고교졸업 사진(왼쪽)과 사건 당시 범인 몽타주.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이춘재 고교졸업 사진(왼쪽)과 사건 당시 범인 몽타주.

DNA 검출에 이어 자백으로 이춘재(56)의 화성연쇄살인 마지막 퍼즐이 끼워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춘재는 여죄 5건(화성 3건, 청주 2건)도 자백했다. 경찰은 당시 화성, 수원, 청주 일대 사건을 더 집중적으로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그간 많은 범죄 전문가들이 지적해왔듯, 연쇄살인범의 가장 큰 특징은 ‘살인을 멈출 수 없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

1986년 1월 이춘재는 군에서 제대했다. 그 뒤 이춘재는 폭주한 것으로 보인다. 그 해 9월15일 당시 화성군 안녕리에서 이모(71)씨를 살해한 것이 이춘재의 1차 범죄다. 이후 86년 한 해에만 10월 한 차례, 12월 두 차례, 모두 세 차례나 더 범행을 저질렀다. 1,2차 사건과 3차 사건 사이인 86년 11월에는 살인미수 사건도 있었다.

하지만 86년 연달아 벌어진 살인사건들 역시 범행의 일부에 불과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해 2월부터 7월까지 화성에서는 ‘연쇄살인사건’말고도 ‘연쇄강간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10~40대 여성 7명이 성폭행 당한 사건인데, 이 사건 피해자들은 한결 같이 ‘20대 초반의, 170㎝가 채 안 되는, 보통 체격의 남성’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스타킹이나 양말로 상대의 손을 묶는 등 범행 수법도 연쇄살인 사건과 비슷했다. 연쇄강간사건이 1차 연쇄살인사건 이전에 발생했다는 점 때문에, 성범죄를 거듭하던 이춘재가 더 대담해진 끝에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해가 바뀐 87년엔 1월부터 홍모(당시 19세)양을 숨지게 한 5차 사건이 터졌다. 이어 5월에 6차사건이 발생했다. 연쇄살인사건 초기 허둥대던 경찰이 손 놓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연쇄강간사건의 용의자로 이춘재가 의심된다는 제보를 접수하고는 1987년 7월부터 이춘재의 행적을 본격적으로 뒤쫓기 시작했다. 경찰은 이춘재가 연쇄강간사건뿐 아니라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일 수도 있다고 보고 직접 불러다 조사도 했다. 하지만 뚜렷한 증거가 없어 더 이상 수사를 진척시키지 못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화성 연쇄살인사건 전모
[저작권 한국일보] 화성 연쇄살인사건 전모

그럼에도 경찰의 강력한 수사는 이춘재에게 일종의 ‘경고등’으로 작용한 것 같다. 이춘재는 6차 사건을 저지른 87년 5월에서 7차 사건이 발생한 88년 9월까지 거의 1년간 범행을 쉬었다. 86년 한 해에만 네 차례, 해 바뀐 87년 상반기에만 두 차례 범죄를 저질렀던 이춘재로서 굉장한 인내력을 발휘한 셈이다.

88년 9월7일 7차 사건으로 다시 범행에 나선 이춘재는 90년 11월 9차 범죄까지 다시 1년 넘게 범행을 멈춘다. 이것도 사연이 있었다. 7차 사건 범행 직후, 경기 수원시의 한 가정집에 흉기를 들고 들어가 서성대다 강도예비 등 혐의로 구속된 것. 재판 끝에 90년 4월 집행유예로 석방되는데, 그 기간 동안 범행이 중단됐다. 석방된 이춘재는 출소한지 9개월 만인 90년 11월, 그리고 91년 4월 다시 9차, 10차 범행을 이어갔다.

화성연쇄살인 사건이 중단된 건 이춘재의 결혼 때문으로 보인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이춘재는 현장을 오가다 만난 여성과 92년 결혼, 곧 아이도 낳았다. 가정을 꾸리게 되면서 청주로 이사했다. 결혼생활은 원만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정 폭력 등 문제가 생기면서 93년 부인은 집을 나갔다. 부인은 결혼 생활에 대한 불만 중 하나로 이춘재의 이상성욕을 꼽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이 집을 나간 뒤 이춘재는 결국 94년 1월 처제(당시 19세)를 성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 뒤 지금까지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경찰 예상대로 이춘재는 화성연쇄살인사건 외 여죄 5건에 대해 자백했다. 하지만 이춘재의 범죄는 이것이 전부가 아닐지도 모른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