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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사건 증거물 138건...지금 경찰도 혀 내두르는 엉성한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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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사건 증거물 138건...지금 경찰도 혀 내두르는 엉성한 수사

입력
2019.09.29 08:56
수정
2019.09.29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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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박스 총 138건이 전부...경찰 “우리도 답답” 

 증거물 보존 상태도 온전한 지도 의문시 

 5ㆍ7ㆍ9차 DNA확보 불구 순차적 의뢰 

 버스안내양, 사진 보여주니 “이춘재 맞다” 

경기남부경찰청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 앞. 임명수 기자
경기남부경찰청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 앞. 임명수 기자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증거물이 130여 점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사건당 평균 15점인 셈이다.

과거 과학수사가 발달하지 않았고, 사건마다 차이가 있다지만 경찰 내부에서 조차 ‘없어도 너무 없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증거물이 부족한데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겠느냐는 푸념이다.

경찰병력 투입 연인원 200만명 이상, 조사 대상자만 4만 여 명에 이르고 수사서류만 15만 장에 이른다면서도 정작 이씨가 용의자로 특정되지 않은 이유에서부터 왜 용의자에서 배제됐는지 등에 대한 질문에 경찰이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다.

28일 본보가 단독 입수한 경찰 자료에 따르면 화성연쇄살인사건과 관련 현재 경찰이 보관하고 있는 증거물은 총 7박스 138점이다.

화성연쇄살인사건 10차례 중 범인이 검거돼 증거물이 없는 8차 사건을 제외하면 한 사건 당 평균 증거물은 15건인 셈이다.

[저작권 한국일보]본보가 단독 입수한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이춘재 고교졸업 사진(왼쪽). 몽타주오 전체적인 이미지는 물론 쌍거풀이 없고 넓은 이마, 눈매 등이 매우 흡사하다. 이씨의 친모 김모씨로부터 이씨가 맞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독자제공
[저작권 한국일보]본보가 단독 입수한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이춘재 고교졸업 사진(왼쪽). 몽타주오 전체적인 이미지는 물론 쌍거풀이 없고 넓은 이마, 눈매 등이 매우 흡사하다. 이씨의 친모 김모씨로부터 이씨가 맞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독자제공

문제는 당시 과학수사라는 개념도 없고, 분석 기술력이 낮으며, 사건의 유형에 따라 다르다고 하지만 증거물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일선 형사들의 설명이다.

실제 20년 이상 베테랑 형사 4명에게 물어 본 결과 통상 살인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겉옷(상·하의), 속옷(상·하), 신발(모양, 사이즈), 양말, 손톱(10개 손가락), 성폭행 여부, 혈흔, 현장 반경 3~4m 내에 있는 족적, 체모 등만 해도 최소 20개가 넘는다고 했다.

특히 화성연쇄살인사건과 같은 성폭행 살인사건의 경우치고 증거물의 숫자가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30년 가까이 사건만 전담해 온 한 형사는 “독극물 사건의 경우 2~3개에 불과할 때도 있고, 실내에서 발생한 경우도 증거물이 많지 않을 수 있는 등 사건에 따라 증거물이 다르게 나올 수 있다”며 “당시 과학수사, DNA 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을 터라 지금과 같이 많은 증거물을 수집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화성연쇄살인사건과 같이 야외에서 발생한 성폭행 관련 사건인 경우에는 과거나 지금이나 기본적인 증거물만으로도 최소 20개는 넘을 텐데 왜 그것밖에 없는지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저작권 한국일보]이춘재 DNA 일치한 화성 연쇄살인 / 김문중 기자/2019-09-19(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이춘재 DNA 일치한 화성 연쇄살인 / 김문중 기자/2019-09-19(한국일보)

더욱이 증거물이 최소 28년에서 33년 이상 된 상태다 보니 온전한지도 의문이다.

경찰이 지난 19일 1차 브리핑을 통해 화성 사건 5·7·9차 피해자에게 채취한 DNA를 분석한 결과를 내놓으면서 “남은 증거물을 순차적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낼 예정”이라고 밝힌바 있다. 증거물 중 보존상태가 양호한 것부터 보내겠다는 것이다.

실제 3건의 DNA를 확보한 경찰은 현재 4차 DNA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나머지 사건의 DNA 분석을 의뢰했는지 여부에 대해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함구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경찰들도 혀를 내두르고 있다.

반기수 경기남부경찰청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은 지난 26일 2차 브리핑에서 “6차 사건(1987년 5월 2일) 발생 직후 ‘1986년 8월 일어났던 성폭행 사건의 용의자가 대상자(이춘재)’라는 제보를 받고 모두 3차례 조사를 벌였다”며 “대면조사까지 했지만 당시 용의자의 혈액형과 다르고 족적도 맞지 않는 등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풀어줬다”고 밝혔다.

이에 기자들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고 요구하자 반 본부장은 “(사건에 대한 질문의 답을) 당시 작성된 수사기록에 의존해 드릴 수밖에 없다”며 “우리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민제보 내용 등을 토대로 재확인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1987년 1월 5차 사건 현장인 화성 황계리 현장을 경찰이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1987년 1월 5차 사건 현장인 화성 황계리 현장을 경찰이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7차 목격자 버스 안내양은 최근 경찰의 법최면 조사에서 유력 용의자 이춘재의 사진을 보고 “기억 속의 용의자가 이 사람이 맞다”고 진술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27일 프로파일러 등을 총동원 유력 용의자 이춘재에 대한 7차 조사를 벌였다. 당초 체면조사까지 병행하려 했지만 체면조사에 대해서는 이씨가 거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목격자인 안내양 등에 대해서는 법최면 조사를 벌인바 있다.

경찰은 이씨의 5·7·9차 DNA와 1989년 9월 26일 강도예비 혐의로 구속됐다가 풀려난 뒤 10차 사건이 일어난 점 등을 내세워 이씨를 압박했다.

하지만 이씨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li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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