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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북한산 등산로 토양 속 라돈, 기준치의 최대 544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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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북한산 등산로 토양 속 라돈, 기준치의 최대 544배

입력
2019.09.28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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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 중 농도 낮아 등산객엔 무해, 인근 주민ㆍ야영객엔 영향 

 송옥주 의원“화강암 지대 전체 국립공원 라돈 농도 공개해야” 

북한산 국립공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북한산 국립공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수도권 시민들의 대표적 행락지인 북한산국립공원 주요 등산로 토양에서 검출된 라돈 농도가 국제기구 권고 기준의 최대 544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체 형태로 존재하는 특성상 야외에서는 라돈이 대기 중으로 흩어져 인체에 해는 거의 없지만, 한 해 수백만명이 찾는 주요 국립공원의 라돈 농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립공원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북한산국립공원 주요 탐방로의 토양 속 라돈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보다 평균 135배, 최대 544배 높았다.

이번 측정은 지난해 국회 환노위 국정감사에서 송옥주 의원이 “화강암, 편마암 지역에서 우라늄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데, 화강암으로 이뤄진 국립공원의 라돈 농도 측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이뤄졌다. 라돈은 암석, 토양 등에 존재하는 무색 무미의 기체로 공기보다 7.5배 이상 무거워 지표 가까이에 존재한다. 사람이 연간 노출되는 방사선의 55%를 차지할 만큼 흔한 원소지만, 고농도에 장기간 노출 시 폐암 등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공원공단은 올 4~8월 북한산국립공원 주요 탐방로 40개소에서 토양 속 50㎝ 지점과 지표면에서 1m가량 높이의 대기 중 라돈 농도를 각각 10일, 3개월간 측정했다. 그 결과 토양 내 라돈 농도는 평균 1만3,506베크렐(Bq/㎥)로 WHO 권고 기준인 100베크렐보다 135배 가량 높았다. 특히 수유 지구는 평균 2만9,428베크렐, 구기 지구는 평균 2만2,572베크렐로 다른 지구보다 높은 편이었다. 지난해 기준 지구별 탐방객 수는 도봉 지구(187만명)가 가장 많았고 이어 북한산성 지구(107만명), 구기 지구(64만명), 정릉 지구(64만명), 수유 지구(45만명) 순이었다. 특히 수유 지구 아카데미지킴터 상단 지역에서는 권고 기준의 544배인 5만4,440베크렐이 측정됐다. 냉골공원지킴터 상단에서도 4만7,080베크렐, 사모바위 하단에서도 4만5,500베크렐이 검출됐다.

다만 대기 중 라돈 농도는 모든 지역에서 권고 기준보다 크게 낮게 나와 일반 등산객에게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도 토양 속 라돈에 대해서는 큰 걱정이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라돈이 토양에서 많이 배출된다고 해서 인체의 위해인자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지역을 지나다니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병량 한국환경공단 주거환경관리부 과장은 “라돈 특성상 실내에 있을 때는 문제가 되지만 실외, 특히 지하에서 고농도의 라돈이 나온다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고농도 라돈 지역에 집을 지어 지하에서 살지 않는 한 영향을 크게 받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국 국립공원 탐방객이 지난해 기준 4,382만명인데다 일부 국립공원은 야영장도 운영하고 있어 라돈 관련 정보를 일반에 공개할 필요는 있다. 화강암 지대 국립공원 인근에 지어진 주택에서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북한산은 연간 500만~600만명이 찾아 전국 21개 국립공원 가운데 탐방객 수가 가장 많다.

송옥주 의원은 “국민 다수가 등산을 즐기는 만큼 전체 국립공원으로 측정을 확대하고 라돈 농도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대기 중 라돈 농도가 낮아 등산에는 무리가 없지만, 토양에서는 높은 농도의 라돈이 자연 발생하고 있으니 등산 중 낮잠 등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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