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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청문회 패싱, 나쁜 선례만” 국회 존재 이유 스스로 팽개친 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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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청문회 패싱, 나쁜 선례만” 국회 존재 이유 스스로 팽개친 여야

입력
2019.09.04 04: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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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기자 청문회’ 여야 모두에 비난]

與 청문회 가능성 남았는데도 간담회 주도, 野 시간만 끌다 검증 기회 날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여권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대신해 2일 개최한 대국민 기자간담회가 각종 의혹은 해소하지 못한 채 “청문회도 패싱할 수 있다”는 나쁜 선례만 남겼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임명권자가 마음만 먹으면 청문회를 통하지 않고 변칙적인 ‘기자간담회’ 카드를 악용, 공직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는 길을 터준 셈이 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여야가 굳이 머리를 맞대 청문회 일정을 협상할 이유도 없어진다. 전문가들은 “의회 민주주의 파괴”, “헌정사에 커다란 오점을 남긴 사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상 초유의 ‘조국 간담회’는 시점과 방식, 내용 면에서 모두 나쁜 선례를 남겼다. 간담회가 시작된 시간은 2일 오후 3시 30분으로, 1차 청문 절차 마감 시한(2일 자정)까지는 8시간 30분, 대통령의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 시한(10일 이내)까지 감안하면 열흘이나 남아있었다.

그간 법정 시한을 넘겼지만 여야 합의로 청문회를 개최한 사례는 적지 않다. 김현준 국세청장 후보자 청문회는 1차 법정 시한(6월 23일)을 사흘 넘긴 지난 6월 26일에야 열렸고, 민갑룡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인청요청안이 국회에 제출(6월 21일)된 지 한 달하고도 이틀을 넘긴 지난해 7월 23일에야 열렸다. 2차 법정시한도 훨씬 넘긴 때였다. 김병민 경희대 행정학과 겸임교수는 “1차 법정 시한(2일 자정)까지 여야 합의 가능성이 남아있는데도 여권이 급박하게 간담회를 개최한 것은, 조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기 위한 명분을 만드는 꼼수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은 의원들의 추궁을 지켜보고 조 후보자의 설명과 답변태도, 도덕성과 자질을 판단할 정당한 기회를 잃게 됐다.

이재정 대변인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이재정 대변인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간담회를 여당이 주도하는 방식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무성하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간담회 사회를 보며 조 후보자를 엄호했고 이재정 의원을 비롯한 당 관계자들은 간담회장을 지켰다. 민주당은 ‘의원총회 개최’를 명목으로 대관을 신청한 국회 본관 246호를 조 후보자를 위한 간담회 장소로 내주기도 했다. ‘허가 받은 목적 외로 사용하는 경우에 행사 취소 사유가 된다’는 국회사무처 시설대관 관련 내규를 위반한 것이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여야가 함께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만든 청문회 제도를 여당 의원들이 스스로 무력화시켰다”며 “여당이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한 사실을 보여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병민 교수도 “국회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인데 어제 간담회는 오랫동안 시스템으로 닦아온 의회민주주의 제도와 관행을 일거에 무너뜨린 폭거”라고 비판했다.

간담회가 자료요구권, 증인신청권이 없는 기자들을 상대로 진행돼다 보니, 조 후보자 측에 유리하고 내용도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 조 후보자는 간담회에서 딸 입시 특혜, 사모펀드 투자, 웅동학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모른다”는 취지의 답변만 61차례나 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간담회는 증인신청권, 자료제출권이 없다”며 “후보자 말이 사실과 다른 지 등은 기자분들이 추가 취재를 하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추가 검증이나 새로운 의혹이 나올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놓고 마치 검증을 통과한양 선전할 판만 깔아놓은 것이었다.

전략 부재로 ‘조국 간담회’를 열게 해 준 한국당을 향한 비판도 적지 않다. 정부여당을 견제할 매서운 야당 역할은커녕, 추석까지 ‘조국 이슈’를 끌고 가기 위해 시간만 끌다 검증 기회를 날려버린 셈이 됐기 때문이다. 김형준 교수는 “여야가 합의한 2일에는 조 후보자를 상대로 청문회를 열고, 가족 증인과 관련된 부분은 3일에 열거나 비공개로 하는 방법으로 운용의 묘를 살릴 필요가 있었다”며 “그런 면에서 한국당의 전략적 실수였다”고 꼬집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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