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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주한미군기지 카드’까지… 대미 압박이냐, 달래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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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주한미군기지 카드’까지… 대미 압박이냐, 달래기냐

입력
2019.09.02 04:40
수정
2019.09.02 07:5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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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C ‘기지 조기반환 추진’ 굳이 발표 “방위비분담금 협상 지렛대로”… “오염 정화비용 언급 없어 한미갈등 완화책”

주한미군은 서울 용산기지 내 장병 및 가족을 위한 편의시설을 오는 10월 1일부로 대부분 폐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용산기지 반환 절차는 다음 달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규정에 의한 행정절차 협의를 거쳐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1일 용산 미군기지 전경. 연합뉴스
주한미군은 서울 용산기지 내 장병 및 가족을 위한 편의시설을 오는 10월 1일부로 대부분 폐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용산기지 반환 절차는 다음 달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규정에 의한 행정절차 협의를 거쳐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1일 용산 미군기지 전경.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청와대가 주한미군 기지 부지를 돌려받는 데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공개 표명한 이유가 청와대 설명대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촉발한 한미 갈등과 아예 관계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다만 의도가 대미 압박인지 달래기인지에 대해서는 분석이 엇갈렸다.

동맹보다 국익을 강조하는 최근 청와대의 태도를 감안할 때 압박 성격이 두드러져 보이지만, 기지 반환 지연의 핵심 원인인 환경 오염 정화 비용을 누가 대느냐 하는 문제를 어느 정도 덮고 갈 수 있다는 청와대의 전향(前向)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화 풀라’는 의미의 유화 제스처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일단은 발표 시점상 지난달 22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 뒤 누그러질 줄 모르는 미측의 압박에 대한 맞대응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편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1일 “전달할 채널이 없는 것도 아닌데 한미 간 불협화음이 감지되는 미묘한 시점에 한미동맹 균열 신호로 보일 수 있는 ‘기지 조기 반환 추진’이라는 내용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결정 결과를 이유 없이 구태여 공개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임박한 차기 한미 방위비(주한미군 주둔 비용) 분담금 협상 때 지렛대로 삼아 보려는 계산이 없지 않았을 거라는 견해도 상당하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우리가 주한미군을 위해 간접적으로도 얼마나 많은 것을 양보했고 이로 인해 우리 국민이 겪는 불편과 손해 역시 엄청난 비용이자 방위비 분담임을 말하려 한 것 아닐까 싶다”고 했다. 박원곤 교수도 “방위비 대폭 인상을 요구할 게 분명한 미국을 상대로 이번에는 기지 반환 뒤 누가 환경 오염 정화 비용을 부담하느냐 하는 문제를 정부가 레버리지로 사용해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반면 더 이상의 갈등 악화를 이쯤에서 차단하기 위한 고육책일 거라는 주장도 없지 않다. 미군기지 반환 이후 오염 치유 비용 문제는 한미가 20년 가까이 줄다리기하고 있는 난제다. 한 외교 소식통은 “청와대가 제염(除染ㆍ오염 원인이나 오염된 물질을 없앰) 비용 언급 없이 조기 반환만 강조한 건, 기지 반환 뒤 오염 정화 비용의 경우 과거 미군이 부담한 선례도 없고 양측 산출 방식이 달라 특정 금액에 합의하는 것도 기대하기 힘들어 어차피 받아낼 수 없는 돈이라는 판단 하에, 선심 쓰는 척 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불거진 한미 갈등을 누그러뜨리고 방위비 협상 때도 활용해 보려는 심산에서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환경 협의’ 단계에서 반환 논의가 교착 중인 기지들에 대해 다음 단계인 ‘반환 건의’ 착수 단계로 들어가도록 하려는 게 이번 NSC 결정의 취지라고 청와대는 설명하고 있다.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전문가도 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평택 미군기지가 완성된 만큼 지금껏 오염 정화 비용 부담 등에 대한 이견으로 지연돼온 미군기지 반환 문제를 빨리 해결해 환경을 치유하고 지방자치단체나 개인들이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해주기 위한 한국 정부의 조치일 뿐”이라며 “현재 한미관계 때문에 조기 반환 받으려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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