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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폭행하며 녹음까지…시신 유기 후엔 친구 불러 술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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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폭행하며 녹음까지…시신 유기 후엔 친구 불러 술자리

입력
2019.08.31 08:05
수정
2019.08.31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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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패륜적” 재판부, 20대 아들에 징역 25년형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아버지를 무차별 폭행해 숨지게 한 뒤 5개월간 화장실에 유기한 20대 아들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범행이 드러났을 당시 반인륜적 범죄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지만 법원 판결문에 드러난 그의 폭행과 시신 유기 전후에 나타난 행동은 충격을 넘어 엽기적인 행태 그 자체였다.

수원지법 형사15부(송승용 부장판사)는 지난 30일 존속살해 및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홍모(26)씨에 대해 징역 25년형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홍씨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친부를 살해하는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질렀다”며 “피해자는 사망에 이르기까지 극심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겪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판결문에 담긴 홍씨의 폭행은 엽기적이었다. 재판부조차 ‘매우 패륜적’이라고 언급할 정도였다.

판결문 내용은 이렇다.

홍씨는 동생으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으며 가장으로서 아무런 책임의식이 없는 아버지에 대해 측은하면서도 한심하고 답답했다. 술만 먹으면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 아버지를 원망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15일 오후 아버지와 단 둘이 술을 마시면서 결국 사건이 터졌다.

술에 취한 아버지가 “네 동생보다 네가 더 나쁜 놈이다. 집에서 나가라. 내가 죽으면 너에게는 십 원 한 푼 없게 만들 것”이라며 홍씨의 머리를 2차례 때린 뒤 방으로 들어갔다. 순간 화가 치민 홍씨는 아버지를 따라 들어가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 뒤 얼굴과 복부, 가슴 등 무차별 폭행을 가하기 시작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아버지가 피를 흘리며 고통을 호소하자 홍씨는 아버지의 입에 물티슈를 넣고 다시 주먹 등으로 마구 때렸다. “그만하자”며 피를 토하며 가쁜 숨을 몰아 쉬는데도 폭행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아버지를 폭행하면서 비웃으며 아버지의 육성 일부를 녹음하기도 했다. 왜 그랬는지에 대해서는 판결문에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홍씨의 무차별적 폭행으로 아버지는 결국 위턱 뼈 골절과 목 부위 방패연골 골절, 갈비뼈의 다발성 골절 등으로 인한 심정지로 사망했다.

아버지가 숨진 뒤에도 홍씨의 엽기적 행동은 이어졌다.

홍씨는 아버지의 시신을 화장실로 옮긴 뒤 혈흔을 씻어내 넘어진 것처럼 위장했다. 이후 태연히 다음 날 새벽까지 수 차례 근처 마트를 오가며 막걸리를 사오는 등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행동했다. 이후 5개월이 넘도록 아버지의 시신을 화장실에 그대로 방치했다.

이 기간 동안 홍씨는 친구들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 들여 아버지의 시신이 썩어가는 곁에서 술을 마시기도 했다. 홍씨는 친구들이 아버지의 시신이 유기된 화장실에 못 들어가게 하려고 화장실 문에 ‘인테리어 공사 중’이라고 표시해 안방 화장실을 이용하도록 했다.

홍씨는 작은아버지에게 아버지가 살아 있는 것처럼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올 5월 21일 악취가 난다는 건물주의 신고로 홍씨의 범행은 5개월 여 만에 발각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범한 범행들과 그 전후의 행동들은 매우 패륜적이고 비난가능성도 크다”고 했다.

홍씨는 최후 진술에서 “죄송하다. 술을 먹지 않았다면 이런 비극은 없었을 것”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항소심 판결 게티이미지 뱅크
항소심 판결 게티이미지 뱅크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뒤늦게나마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처음부터 살해할 목적으로 피해자를 폭행한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엄마 없이 할머니 손에 자라는 등 피고인의 가정사에 참작할 만한 점이 있는 점, 작은아버지와 동생이 선처를 탄원한 점이 등이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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