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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오늘 개각… 이번에도 파격ㆍ감동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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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오늘 개각… 이번에도 파격ㆍ감동 없을 듯

입력
2019.08.08 04:40
수정
2019.08.08 08:3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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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7명 장관급 인사 예정… 청문회 통과 ‘안전성’에 비중

“내각이 관료ㆍ정치인ㆍ교수 일색” 여론은 인사 쇄신 기대

문재인 대통령. 류효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 류효진 기자

“감동이 없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나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 대한 총평이다. 문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 가능성과 전문성에 지나치게 비중을 두고 사람을 쓰는 탓에, ‘정권의 얼굴’인 내각이 관료ㆍ정치인ㆍ대학교수 일색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인사는 메시지’라는 통치의 기본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중진 의원은 7일 본보 전화통화에서 “개각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국민에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역량 있는 인재를 발탁해 국정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라며 “요즘 청와대는 인재를 폭넓게 쓴다는 인상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금 정권에 필요한 것은 ‘문재인의 진대제’”라고 조언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진대제 삼성전자 대표를 정보통신부장관에, 김두관 경남 남해군수를 행정자치부장관에, 이창동 영화감독을 문화관광부장관에 파격 발해 국정 쇄신 계기로 삼은 전례를 적극 참고해야 한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이르면 8일 6, 7명 규모의 장관(급)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감동’으로 따지면 이번에도 크게 기대할 수 없을 듯하다. 법무부 장관에는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자리를 옮겨 기용될 것이 확실시 되고,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으로는 김현수 현 차관의 승진 가능성이 크다.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로는 홍미영 전 국회의원이 사실상 단수로 올라 있다. 공정거래위원장에는 조성욱 서울대 교수가, 금융위원장에는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이, 방송통신위원장에는 한상혁 변호사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절대 다수가 관료ㆍ정치인ㆍ교수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대통령취임사에서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 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서 일을 맡기겠다”며 탕평인사와 파격인사를 약속했다. 초대 내각 구성 당시 LG CNS 부사장 출신인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과 외교부 본부보다 국제기구 경험이 많은 강경화 외교부장관을 기용하는 등 참신성을 강조하려 애썼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이후 문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 13명 가운데 관료ㆍ정치인ㆍ교수가 아닌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문 대통령의 인사가 ‘안전성의 늪’에 빠진 셈이다.

조국 민정수석이 지난달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다 미소짓고 있다. 조 수석은 가장 유력한 차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민정수석이 지난달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다 미소짓고 있다. 조 수석은 가장 유력한 차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연합뉴스

결정적 이유는 문 대통령의 인재 풀이 극도로 좁기 때문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은 대부분 아는 사람이나 이미 검증된 인물을 등용한다”며 “읽은 책의 저자로 알게 된 의외의 인사(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를 쓴 건 예외적 사례”고 지적했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과 교수도 “관료 출신 장관은 관료주의, 편의주의에 익숙한 탓에 개혁적 정책 추진을 맡기기 어렵다”며 “내각에 관료가 많을수록 국정운영이 청와대 중심으로 흐르게 된다”고 꼬집었다.

집권 3년차에 들어선 청와대는 “초기 내각이 개혁의 씨앗을 뿌렸다면, 집권 중ㆍ후반기에는 성과를 낼 수 있는 관리형 장관이 필요하다”며 “이벤트용 인사보다는 경륜을 갖춘 인사가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청와대가 ‘안전한 인사’로 점점 치우치는 것은 인사청문회 변수 때문이기도 하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청문회가 흠집내기, 면박주기로 흐르다 보니 자기 관리를 상대적으로 잘한 정치인과 관료 출신으로 인재풀이 좁아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일 갈등과 미중 경제전쟁, 중ㆍ러의 도발 등 외환(外患)이 동시다발로 터진 만큼, 문 대통령은 앞으로 더욱 보수적으로 사람을 쓰려 할 것이다.

그러나 여론은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 쇄신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5월 문재인 정부 2주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인사를 긍정 평가한 응답자는 26%에 그쳤다. 같은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45%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인사가 정권의 평균 점수를 깎고 있다는 뜻이다. 민주당의 중진 의원은 “대통령 주변을 관료와 정치인이 둘러싸고 있으면 폐쇄적이고 관료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며 “경제와 외교안보 분야가 아니라면 과감하고 창의적인 인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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