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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미국의 전폭 지원 등에 업고… 노골적 군국주의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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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미국의 전폭 지원 등에 업고… 노골적 군국주의 박차

입력
2019.08.07 04:4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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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권 본색 드러낸 日] <하> 군사력과 경제력, 패권국의 도구

규슈서 올해 첫 미일 연합훈련… 유사시 한반도 군사 개입 야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5월 일본 요코스카 해상자위대 기지에 정박된 이즈모급 호위함 ‘가가’에 승선해 양국의 공조를 과시하고 있다. 요코스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5월 일본 요코스카 해상자위대 기지에 정박된 이즈모급 호위함 ‘가가’에 승선해 양국의 공조를 과시하고 있다. 요코스카=로이터 연합뉴스

“기존의 연장선이 아니다. 국민을 지키는 데 필요한 방위력을 강화하겠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해 1월 연두 기자회견에서 밝힌 일본 방위정책의 새로운 방향이다. 한때 2차 대전 패전국의 족쇄인 전수방위 원칙에 바둥거리던 일본이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할 정도로 배짱을 부리며 돌변했다.

중국을 눌러 앉히려는 미국이 거침없이 밀어 주고, 군사력을 끌어올릴 기술력과 자금 또한 충분하다는 자신감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근거 없는 이유를 들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면서 군국주의 행보에 속도를 낼 명분까지 3박자를 모두 갖췄다.

일본은 2015년 ‘신안보법제’를 통해 사실상 ‘보통국가’의 문턱을 넘었다. 집단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고 자위대의 해외 활동 범위를 대폭 넓혔다. 헌법 9조는 ‘전쟁을 영원히 포기하고 교전권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했지만, 자위대는 여느 국가 군대처럼 명령이 떨어지면 언제라도 전장에 투입될 참이다.

급기야 지난해 12월 ‘방위협력 대강’을 통해 지향점을 분명히 못 박았다. 미국의 동등한 파트너로서 상호 운용성을 높이고, 인도ㆍ호주ㆍ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과의 다층적 안보협력을 통해 중국의 대항마로 자리매김하려는 야욕이 담겼다. 육해공 전력으로 적을 억제하는 데 그쳤던 통합 방위에서 우주와 사이버 공간까지 포함한 다차원 방위로 범위를 확장했다. 보통국가를 넘어 지역 패권까지 움켜쥐겠다는 청사진이나 다름없다.

일본이 항모로 개조를 추진하는 호위함 이즈모. 연합뉴스
일본이 항모로 개조를 추진하는 호위함 이즈모. 연합뉴스

미국은 이처럼 ‘강한 일본’의 뒷배를 자처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2017년 ‘자유롭고 열린 인도ㆍ태평양 정책’을 채택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베 총리가 2006년부터 주장해 온 전략이다. 2012년 두 번째로 총리직에 오른 아베는 일본, 미국, 인도, 호주 4개국을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연결해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을 제안했다. 이는 여전히 작동하는 대중 봉쇄망이다. 미국은 지난해 5월 태평양사령부를 인도ㆍ태평양사령부로 바꿨고, 올해 6월에는 인도ㆍ태평양전략보고서를 통해 동맹의 역할을 부쩍 강조했다. 모두 일본이 원하는 시나리오다.

미국과 일본, 필리핀, 인도 등 4개국 군함이 지난 2~8일 영유권 분쟁해역인 남중국해를 항행하는 연합훈련을 했다. 이번 훈련에는 미 해군 미사일 구축함 윌리엄 P. 로런스, 일본 해상자위대 헬기 탑재 경항모급 함정인 이즈모와 구축함 무라사메, 인도 해군 구축함 콜카타와 군수지원함 샤크티, 필리핀 해군 호위함 안드레스 보니파시오가 참여했다. 연합뉴스
미국과 일본, 필리핀, 인도 등 4개국 군함이 지난 2~8일 영유권 분쟁해역인 남중국해를 항행하는 연합훈련을 했다. 이번 훈련에는 미 해군 미사일 구축함 윌리엄 P. 로런스, 일본 해상자위대 헬기 탑재 경항모급 함정인 이즈모와 구축함 무라사메, 인도 해군 구축함 콜카타와 군수지원함 샤크티, 필리핀 해군 호위함 안드레스 보니파시오가 참여했다. 연합뉴스

무역전쟁으로 미국과 중국이 치열하게 맞붙지만 군사적으로 충돌해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낮다. 더구나 지난해 아베 총리의 방중 이후 중일 관계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따라서 일본은 미국을 등에 업고 중국을 달래 가며 양측 간 힘의 공백을 교묘히 파고들어 차곡차곡 군사적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지난 5월 28일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첫 국빈으로 방일한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손을 맞잡고 해상자위대 이모즈급 함정 ‘가가’에 승선한 것은 글로벌 군사동맹 일본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 주겠다는 상징적 제스처다.

일본은 두둑한 ‘실탄(자금)’을 쏟아부어 전방위로 군사 팽창에 나설 요량이다. 올해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역대 최대 규모인 27조4,700억엔(약 315조원)을 방위력 증강에 투입할 계획이다. 호위함 이즈모는 전투기 이착륙이 가능한 항공모함으로 개조돼 남중국해와 인도양 공략의 선봉에 설 예정이다. 탄도미사일 방어부대를 신설하고, 미국에서 대량 구매한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로 물량 공세를 벌이며 지상과 하늘을 장악할 심산이다. 앞으로 일본은 총 147대의 F-35를 보유할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우주와 사이버, 무인기 전문부대는 첨단 기술력을 앞세워 ‘전쟁하는 국가’ 일본의 전투력을 배가시킨다. 항공모함과 다름없는 호위함 이즈모, 그리고 항모보다 활주로가 짧은 호위함들에서 쉽게 운용할 수 있는 수직이착륙기(F-35B)들의 확보는 일본의 자위대가 다름 아닌 패권주의를 지향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일본 항공자위대 소속 최신예 스텔스기 F-35A. 미사와=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 항공자위대 소속 최신예 스텔스기 F-35A. 미사와=AP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일본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체스판을 새로 짜면서 한국을 쏙 빼놓았다. 일본과의 안보협력 순위가 미국에 이어 부동의 2위였지만, 지난해에는 5번째로 밀렸다. 게다가 화이트리스트에서 빠지면 더 이상 전략물자 수출 통관을 간소화하는 우호국이 아니라는 의미다. 북한 정세와 안보 불안을 이유로 언제든 트집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은 이미 한국을 군사적으로도 옥죄려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육상자위대는 이달 26일부터 한 달간 한국과 가까운 규슈(九州) 일대에서 미 태평양육군사령부와 ‘연합전시증원연습(RSOI)’을 실시한다. 북한을 겨냥해 미군이 오로지 한국과 해 오던 RSOI를 자위대와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미군은 내륙 진공(進攻)과 장거리 타격훈련 파트너를 한국에서 속속 일본으로 돌리고 있다. 유사시 인도ㆍ태평양은 물론 한반도에서 일본의 군사 개입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편 일본의 내년도 방위예산은 6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총 5조2,0574엔(약 60조원)에 달한다. 이는 올해 한국 국방예산(약 46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13조원 이상 많은 ‘슈퍼 방위예산’이다.

6월 26일 촬영한 것으로 술루해에서 훈련중인 일본 해상자위대 모습. AP연합뉴스
6월 26일 촬영한 것으로 술루해에서 훈련중인 일본 해상자위대 모습. AP연합뉴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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