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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D램 감산' 딜레마... "생산라인 멈추면 조단위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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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D램 감산' 딜레마... "생산라인 멈추면 조단위 손실"

입력
2019.07.27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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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감산 선언. 그래픽=강준구 기자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감산 선언. 그래픽=강준구 기자

세계 3위 D램 생산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에 이어 세계 2위인 SK하이닉스가 25일 깜짝 감산 계획을 밝히자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시선은 삼성전자로 쏠렸다. 감산 가능성을 부인하던 SK하이닉스가 실적 악화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감산 선언을 하면서 비슷한 처지의 삼성전자도 감산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2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D램 생산량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여전히 감산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적자를 보면서도 감산을 한 적이 없다”며 “인위적인 생산량 감축은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IT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의 감산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 수요 감소→반도체 가격 하락→실적 악화‘의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은 감산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를 포함한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이 악순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작된 반도체 수요 감소로 D램(DDR4 8기가비트) 반도체 가격은 지난해 대비 60% 이상 떨어졌고, 이는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악화로 직결됐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6,3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 감소했고 31일 확정 발표되는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도 6조 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반 토막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재고가 쌓이는 것은 이들 기업의 큰 고민거리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재고 자산은 2017년 말 6조 9,728억원에서 올해 3월 14조 5,796억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애플과 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들의 D램 재고량도 6주 분 이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이 실적 악화와 재고 증가라는 이중고를 타개하기 위해 극약처방인 감산에 나서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도 삼성이 감산 가능성을 부인하는 것은 감산이 삼성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감산을 결정하면 생산 시설 가동이 그만큼 줄어들어야 하는데, 그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 규모가 2, 3위 기업이 감당해야 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라인은 가동을 멈추는 순간 조 단위 손실이 발생한다고 보면 된다”며 “생산량이 적은 기업과 달리 삼성이 감산 결정을 내리는 데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제기되는 가격 담합 의혹도 삼성에겐 부담스럽다.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까지 감산 결정을 내리면, 반도체 수요국들로부터 불필요한 담합 의심을 살 수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 2010년 D램 가격 담합을 이유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각각 2,060억원, 73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중국도 지난해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D램 가격 담합 의혹으로 조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공식적인 감산은 부인했지만 ‘라인 최적화 작업’ 등을 통해 사실상 감산에 돌입했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실제 삼성은 1분기 실적발표 때 “설비 재배치 등을 통해 생산라인 효율화를 결정했고 이는 생산량에도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밝혔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삼성은 생산라인 최적화 작업 등으로 간접적인 감산 효과를 보면서 시장 상황을 계속 살피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일본의 수출 규제 등 악재가 장기화할 경우 감산 선언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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