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이번엔 北… 신형 탄도미사일 도발로 기름 붓다

알림

이번엔 北… 신형 탄도미사일 도발로 기름 붓다

입력
2019.07.25 21:03
수정
2019.07.26 07:11
1면
0 0

[77일 만에 또 단거리 미사일 발사]

영흥서 2발, 430ㆍ690㎞ 비행… NSC “새로운 종류의 탄도미사일”

北 “실무협상 위해 한미훈련 중단” 요구, 美 수용 안 하자 초강수

북한 단거리 미사일 2발 발사. 그래픽= 김문중 기자
북한 단거리 미사일 2발 발사. 그래픽= 김문중 기자

북한이 77일 만에 신형 단거리 미사일을 다시 발사했다. 6ㆍ30 판문점 회동 당시 북미 정상 간 약속대로 비핵화 실무협상을 재개하자는 미국의 요청에는 응하지 않으면서다.

대화를 하려면 내달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연습을 취소하라는 자기들 요구를 미국이 수용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강수를 둔 것 아니겠냐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실제 북한은 최근 당국자 명의로 미국을 향해 항의성 입장을 내고 대북 지원용 쌀 수령을 거부하는 등 불만 표출 수위를 끌어올려 왔다. 대미 협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강한 만큼 미국의 뚜렷한 태도 변화나 명분 없이는 북한이 당분간 대화에 나서지 않을 전망이다.

25일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5시 34분, 57분에 북한이 함남 영흥군 호도반도 일대에서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동해로 발사했다고 밝혔다. 두 발 모두 고도는 50여㎞이며, 비행 거리는 각각 430, 690여㎞인 것으로 분석됐다. 군 당국은 미국ㆍ일본과 함께 미사일의 정확한 제원을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5월 초 발사된 ‘북한판 이스칸데르(러시아산 지대지 탄도미사일)’ KN-23과 같은 기종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오전 발사된 북한 미사일이 새로운 종류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것으로 분석했다고 밝혔다. 한미 군 당국이 두 번째 미사일을 탐지한 지 13시간 만이다. 지난 5월 발사된 단거리 미사일은 정부가 아직 탄도미사일로 규정하지 못하고 있다.

돌아보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예상 가능한 행보였다. ‘한미 연합훈련이 북미 실무협상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외무성 대변인의 16일 경고 이후 북한이 대미 압박 강도를 지속적으로 높여왔기 때문이다. 23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둘러봤는데, 작전 배치를 앞두고 있는 잠수함”이라며 은근히 미국의 관심을 끌어보려고 했다.

미국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북한은 약속됐던 실무협상에도 나서지 않았다. 급기야 북한 외무상이 매년 거의 빠짐없이 참석하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에 리용호 외무상이 불참하겠다고 주최 측인 태국에 통보하며 ‘당분간 대화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보이콧은 대북 인도 지원 거부로까지 이어져, 남측으로부터 받기로 했던 쌀도 받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북한의 이런 공세는 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 위원장과 좋은 사이’라는 걸 치적으로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무력 시위를 통해 좁힘으로써 한미 훈련 취소나 ‘비핵화 기준 낮추기’ 같은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심산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로버트 뮬러 전 특별 검사의 증언으로 위기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을 더 궁지로 몬 뒤 자기들에게 유리한 결단을 끌어내려는 의도”라고 봤다.

군사 행보에는 대내적 목적이 반영됐을 수도 있다. 다음 달 실시될 한미 연합훈련에 대응하는 군사적 조치가 불가피하고 재개될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안보 우려가 내부에서 제기되지 않도록 사전에 군사력을 과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왕 하계훈련을 하는 김에 대규모 동원보다는 작지만 대내외적으로 강한 메시지를 줄 수 있는 훈련을 택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달 27일 전승절을 앞두고 사기 진작용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개연성도 있다. 5월 발사한 미사일을 재시험하려는 취지로 이번 발사가 이뤄졌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5월 미사일 발사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내가 신경 쓰는 건 오직 장거리 미사일”이라고 반응한 사실을 감안할 때, 북한의 이번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대화 판을 깨려는 목적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적어도 한미 훈련이 끝나는 내달 말까지는 북한이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북미 협상의 진전에 기대어 남북 대화도 재개해 보려던 정부도 당분간 상황 관리에 주력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CBS 라디오에 “북미 사이에서 적극 중재하라는 요구를 한국에 한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