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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민연금 의결권 위임 받을 자산운용사 34% ‘스튜어드십’ 도입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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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민연금 의결권 위임 받을 자산운용사 34% ‘스튜어드십’ 도입 안했다

입력
2019.07.11 04: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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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국민연금 위탁운용사 스튜어드십 코드 가입 현황 그래픽=박구원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국민연금 위탁운용사 스튜어드십 코드 가입 현황 그래픽=박구원 기자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를 도입한 지 1년 만에 국내주식 위탁운용사들에게 의결권을 위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위탁운용사 중 3분의 1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위임 방침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따른 후속조치인데, ‘수탁자로서 책임을 이행하겠다’는 원칙을 공유하지 않는 운용사들까지 위임 대상으로 검토되는 건 모순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29개 위탁운용사에 510개사 의결권 위임 

국민연금은 지난 5일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위탁운용사 의결권행사 위임 가이드라인 초안’을 논의했다. 초안에는 국민연금이 보유 주식 운용을 맡긴 29개 민간 자산운용사에 의결권도 함께 위임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방안이 실현될 경우 자산운용사들이 국민연금을 대신해 의결권을 행사하게 될 기업 수는 510개에 달한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국민연금이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제정을 예고한 사안이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시장 투자액 118조2,000억원(올해 3월 말 기준) 중 53조8,000억원(45.5%)을 위탁운용사를 통해 운용하면서도 의결권은 직접 행사해왔다. 이 때문에 주식을 실제로 운용하지 않는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미스매치’ 문제나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연금 사회주의’ 비판이 제기돼 왔다. 국민연금은 공청회 등을 거쳐 9월 최종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자산운용업계는 54조원에 달하는 운용자산에 대한 재량권이 강화되는 터라 일단 국민연금의 방침을 반기는 분위기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으로부터 운용을 위탁 받은 주식의 주가를 올릴 수 있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수탁자 책임 피하는 기관에 권한 위임? 

하지만 국민연금 위탁운용사 중 상당수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10일 국민연금과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스튜어드십 코드 센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국민연금으로부터 국내주식 운용을 위탁 받은 자산운용사 29곳 가운데 신영자산운용, DGB자산운용 등 10곳(34.5%)이 이날 현재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지 않았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다른 사람의 자산을 관리ㆍ운용하는 수탁자로서 지켜야 할 7가지 원칙의 이행 방안을 마련해 이행지원기관인 KCGS에 등록하면 완료된다.

더구나 이들 10개사 중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계획서를 KCGS에 제출한 곳은 교보악사자산운용뿐이다. 나머지 9곳은 도입 계획조차 밝히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선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꺼리는 자산운용사들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자산운용사가 영업 전략의 일환으로 의결권을 해당 기업의 이해에 맞춰 행사하는 거수기 노릇을 해온 게 현실”이라며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 주주 가치 제고, 이해 상충 방지 등의 원칙을 준수하는 과정에서 기업 경영진에게 불리한 결정도 내려야 할 텐데 이런 위험을 감수하기가 부담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미도입 운용사를 의결권 위임 대상에서 배제할지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향후 국내주식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가산점을 주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탁자 책임 강화를 선도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책임 이행이 담보되지 않은 기관에 권한을 위임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기업지배구조업계는 강경한 반응이다. 안상희 대신지배연구소 본부장은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취지를 살리려면 위탁운용사에게 의결권을 주되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곳에 한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송민경 KCGS 스튜어드십 코드 센터장도 “제도 도입 초반엔 가점제를 운영할 수도 있지만 의결권 위임은 결국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전제로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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