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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산고 졸업생 "학벌주의에 찌든 의대사관학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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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산고 졸업생 "학벌주의에 찌든 의대사관학교였다"

입력
2019.06.28 15:52
수정
2019.06.2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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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을 받은 전주 상산고등학교 정문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전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을 받은 전주 상산고등학교 정문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교육청의 전주 상산고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취소 결정에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한 졸업생이 이 같은 움직임을 비판하고 나섰다. ‘상산고는 의대사관학교’라고 꼬집은 것이다. 상산고가 교육의 다양성 확보라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의대에 진학하기 위한 특별학교로 전락한 만큼 교육청의 당초 결정대로 자사고 지정을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8일 ‘상산고 졸업생의 교육에 대한 증언 보도자료’를 냈다. 해당 보도자료에서 본인을 상산고 졸업생이라고 밝힌 한 익명의 학생은 “자사고를 두고 전국에서 모인 인재들이 교류하고 소통하는 열린 교육이 장이라고 홍보하지만 그 안에서 다양성을 찾기는 힘들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산고만 보더라도 상산고 재학생들은 의대 진학을 통해 신분상승을 꿈꾸는 중산층 가정 상위권 학생들이 모여 있는 집단”이라며 “‘의대사관학교’라는 상산고의 별명에 정확히 부합하는 조합”이라고 꼬집었다.

수년 전 상산고를 졸업했다고 한 이 졸업생은 자사고 폐지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관련 활동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공개된 글에서도 그는 자신의 학창 시절 경험을 털어놓으며 자사고를 비롯한 특수목적고등학교 등의 이름뿐인 ‘특성화 교육’을 비판했다. 김은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선임 연구원은 “과거 우리 단체가 열었던 자사고 폐지 추진 집회에 참석했던 학생의 자유발언을 이번 논란을 맞아 동의를 구하고 공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졸업생은 “오로지 의대 진학을 목표로 모인 학생들의 공간 상산고에서는 다양성은커녕 학벌주의와 대입에 찌든 경쟁적 사고만이 가득했다”며 “그 공간에서의 경쟁과 대입 압박에 상처 받고 패배감을 느끼는 것은 대다수 학생들의 일상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고등학교 다닐 때 유행어처럼 썼던 말이 ‘바로 너 그러다 재수한다’로, 실제로 상산고 졸업생 대다수는 의대 가려고 재수한다. 삼수, 사수도 한다”라며 “얼마 전 삼수로 소위 스카이(서울대ㆍ연세대ㆍ고려대)에 들어간 제 친구는 의대 가려 반수한다. 이게 다 상산고라는 공간에서 만들어진 패배감과 경쟁의식의 결과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혹자들은 이런 분리형 교육을 통해 특성화된 교육과 인재 양성이 가능하다지만 실상은 수능 맞춤형 교육방송(EBS) 풀기 교육으로 편협한 입기 기계 양성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 졸업생은 “교육개혁의 첫 단추가 바로 특권학교 폐지라고 확신한다”면서 “전국의 자사고 특목고 학생들에게 말하고 싶다. 자신의 모교가 사라진다는 불안감과 집단의식 아래 진정 필요한 우리 사회의 개혁을 무시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자사고가 우수 학생을 독점하고 고교 서열화, 입시경쟁을 조장한다는 지적에 자사고 폐지를 국정과제로 삼았다. 그러나 상산고를 비롯한 ‘원조 자사고’들이 잇따라 자사고 지정 취소 위기에 내몰리자 찬반 양론이 거세게 부딪히는 모양새다. 상산고와 함께 재지정 취소 통보를 받은 안산동산고 학부모회 및 동문 등 300여 명(주최 측 추산)은 이달 26일 상복을 연상시키는 검정색 옷을 입고 경기도교육청 앞에 모여 “자사고 지정 취소를 즉각 철회하라”며 시위했다. 국회에서도 같은 날 교육위원회를 열어 이 문제를 다루기도 했다.

하지만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이 자리에서 “상산고는 한 학년 360명 중 275명이 의대를 가는데, 이는 한참 잘못됐다”며 “상산고는 다양한 교육이 아닌 입시 명문고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일반고 전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반면 상산고 측은 275명은 의대, 치대, 한의대 합격자를 모두 더했을 뿐 아니라, 여러 대학에 중복으로 합격한 중복 합격자 및 재수ㆍ삼수생까지 다 합한 숫자라고 반박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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