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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등대였던 유엔, 무너지는 중" 유엔 자책시킨 이스라엘의 무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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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등대였던 유엔, 무너지는 중" 유엔 자책시킨 이스라엘의 무도함

입력
2024.10.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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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팔레스타인 특별인권보고관
'가자 전쟁 유엔 무력감·무용론' 호소

가자지구에서 활동하는 인권단체 팔레스타인인권센터(PCHR)가 20일 엑스(X) 계정에 올린 사진에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PCHR은 이스라엘방위군(IDF) 명령에 따라 이들이 주거지, 보호소 등에서 쫓겨난 것이라고 전했다. PCHR 제공

가자지구에서 활동하는 인권단체 팔레스타인인권센터(PCHR)가 20일 엑스(X) 계정에 올린 사진에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PCHR은 이스라엘방위군(IDF) 명령에 따라 이들이 주거지, 보호소 등에서 쫓겨난 것이라고 전했다. PCHR 제공

"극도로 부끄러운 일이 모든 국제법 및 규범을 무시한 채 가자지구에서 계속되고 있다. 한때 '희망의 등대'이자 '평화의 힘'으로 여겨졌던 유엔은 범죄의 무게, 그리고 가장 강력한 회원국들의 방치 및 공모 속에 무너지고 있습니다."

프란체스카 알바네세 유엔 팔레스타인 특별인권보고관은 20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서 '유엔의 무력감 및 무용론'을 호소했다. 가자지구에서 활동하는 인권단체 팔레스타인인권센터(PCHR)가 '가자지구 북부에서 이스라엘방위군(IDF)이 가자지구 주민들을 집·보호소에서 내쫓고 체포하고 있다'며 올린 사진을 소개하면서다.

그의 호소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시작된 지난해 10월 7일 이후 유엔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민간인 살해·학대·강제 이주 등을 줄곧 비판해왔지만 이스라엘이 눈치를 보기는커녕 갈수록 잔혹무도해진 데 따른 무력감 토로였다. 유엔은 '전쟁 방지·평화 유지'를 목표로 1945년 설립된 국제기구다.

프란체스카 알바네세 유엔 팔레스타인 특별인권보고관은 20일 엑스(X) 계정에 "한때 희망의 등대이자 평화의 힘으로 여겨졌던 유엔은 무너지고 있다"고 썼다. X 캡처

프란체스카 알바네세 유엔 팔레스타인 특별인권보고관은 20일 엑스(X) 계정에 "한때 희망의 등대이자 평화의 힘으로 여겨졌던 유엔은 무너지고 있다"고 썼다. X 캡처


이스라엘, 가자 북부 포위·유엔군 공격 '지속'

실제로 가자지구 북부 상황은 날로 악화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날 기준 가자지구 북부를 16일째 사실상 포위했다. 식량, 물, 의약품 등 필수품 공급이 차단된 채 약 40만 명이 갇혀 있다. 한 주민은 "이스라엘 군인들이 보호소인 학교를 습격해 남성들은 전부 구금하고 여성들은 모두 떠나라고 명령했다"고 말했다고 중동권 알자지라방송은 전했다.

국제법은 또 다른 전선인 레바논에서도 깡그리 무시되고 있다. 레바논 주둔 유엔평화유지군(UNIFIL)은 20일 "이스라엘 군대가 레바논 남부 마르와힌 지역의 UNIFIL 관측탑 및 울타리를 불도저로 파괴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UNIFIL을 방패 삼아 숨어 있다'며 지난 10일부터 UNIFIL을 공격 중이다. 이스라엘 공격이 이어지며 최소 28개 상수도 시설이 파괴돼 UNIFIL 일부 기지에는 식수 공급이 끊겼고 콜레라 발생 위험도 커졌다.

폭주하는 이스라엘을 멈추기 위한 국제사회의 압박에는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섰다. 프랑스가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위해 다음 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방산 전시회에 이스라엘 참가를 제한하겠다'고 결정하자 이스라엘은 이를 '차별적 행위'라고 비판하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법적·외교적 조치를 취할 것"(이스라엘 카츠 외무부 장관 20일)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카츠 장관은 하마스 수장 야히아 신와르 시신 사진을 X에 올린 뒤 이스라엘을 규탄해 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을 향해 "친구를 데려가라"는 막말도 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20일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파괴된 건물들 잔해 위에서 불을 쬐고 있다. 칸유니스=EPA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20일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파괴된 건물들 잔해 위에서 불을 쬐고 있다. 칸유니스=EPA 연합뉴스


사상자 규모 커지지만 휴전 기미 '글쎄'

전쟁 장기화로 이스라엘 군대의 사상자 규모도 커지고 있지만 전쟁 중단 요인으로는 작용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스라엘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20일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에서 에산 다크사(41) 대령이 전사했는데, 그는 전쟁 시작 이래 숨진 최고위 계급에 속한다. 이스라엘 국내정보기관인 신베트의 로넨 바르 국장이 하마스와의 인질 석방 및 휴전 협상을 재개하고자 20일 이집트 카이로를 찾았다고 TOI 등은 보도했지만, 이스라엘이 휴전을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없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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