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11일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브로커' 명태균 논란에 발목 잡혔다. 해외에 나가 있던 5박6일간 명씨가 과거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정권을 뒤흔들고 있는데도 똑 부러지는 대응이 없어 의혹이 커지고 있다. 마지못해 대통령실이 밝힌 입장문조차도 기초적인 사실관계가 명씨 주장과 상충돼 비판 여론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어떻게 풀어가는지에 따라 이번 사안이 핵폭탄으로 비화될지, 아니면 찜찜하게 여운이 남는 불발탄에 그칠지가 달렸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이날 저녁 서울공항으로 귀국했다. 윤 대통령은 마중 나온 정진석 실장 등에게 간단한 국내 현안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주말 동안 △필리핀, 싱가포르 방문 성과 △라오스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 아세안정상회의의 의미를 정부 부처와 공유할 계획이다.
하지만 여론의 관심은 대통령실이 어떤 입장을 낼지에 쏠려 있다. 윤 대통령이 2021년 정치에 입문하는 과정에서 명씨가 국민의힘 고위 당직자, 정치인과 자택을 찾아와 두 번 만난 게 전부라고 대통령실은 해명했다. 하지만 관련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명씨는 최소 4차례 이상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김영선 전 의원이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를 만났다고 주장했고,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도 윤 대통령 부부와 명씨를 함께 식당에서 봤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과 친윤석열(친윤)계 의원들은 명씨를 ‘사기꾼’, ‘브로커’라고 깎아내리면서 자기 과시와 허황된 말에 왜 언론이 흔들리느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반면 여권 내에서도 “서슴없이 '탄핵’과 ‘하야’를 거론하는 명씨의 발언에 왜 대통령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느냐”는 불만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이처럼 정국을 뒤흔들며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는데도 대통령실은 말을 아끼고 있다. 연일 떠들어대는 명씨와 대조적이다. 대통령실 상황을 잘 아는 여권 관계자는 “명씨를 몇 번 본 게 전부이고, 명씨가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처럼 그에게 어떤 이권이나 권한을 준 적이 없다는 게 윤 대통령 입장 아니겠느냐”며 “윤 대통령 스타일상 아무 일이 아니니 참모들에게 그렇게 전달을 했을 것이고, 그게 입장문으로 나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명하는 과정에서 사실관계 일부가 틀렸을지 모르나, 본질적으로는 ‘아무런 불법이나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데 무슨 문제냐’는 취지다.
그럼에도 여권의 우려는 결이 다르다. 대통령실이 국내 여론의 추이나 분위기를 너무나도 모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앞서 명품백 수수 의혹, 대통령실 행정관 음주운전 사건 등 김 여사와 용산발로 각종 리스크가 터져나와도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해명이나 선제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전례가 수두룩하다. 그보다는 무대응으로 버티거나 한발 늦게 대응하기 일쑤였다. 자연히 여론은 더 악화됐고 민심은 멀어졌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용산은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야당과 언론의 악의적 공세’로 치부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듣고 싶은 납득할 만한 소명은 늘 늦게 나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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