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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씩 다가간 의정, 대화 재개는 첩첩산중... 의사단체 10곳 중 7곳 '일단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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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씩 다가간 의정, 대화 재개는 첩첩산중... 의사단체 10곳 중 7곳 '일단 거부'

입력
2024.10.01 19:2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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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사인력추계위 위원 추천 제안에
의협·의대교수 단체는 전제조건 걸고 거절
병원단체만 참여한다면 '반쪽 추계위' 비판
의결기구 격상 요구는 정부가 수용 쉽잖아

지난 3월 서울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 앞 사물함에 가운이 걸려 있다. 박시몬 기자

지난 3월 서울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 앞 사물함에 가운이 걸려 있다. 박시몬 기자

지난달 30일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료공백 장기화에 대해 처음으로 전공의들에게 사과하자,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내년 의대 증원 철회 주장을 되풀이하는 대신 내후년 의대 감원 여지 보장을 대화 조건으로 제시했다. 의정이 갈등 7개월여 만에 한발씩 양보하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이런 상황 변화가 의정 대화 재개의 모멘텀이 될지는 불투명하다. 여당이 주도적으로 추석 전 출범시키려 했던 여야의정 협의체는 참여 제안을 받은 의료단체 15곳 중 한 곳도 긍정적 답변을 내놓지 않았고, 이번에 정부가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에 신설하겠다고 밝힌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 역시 참여 대상 의료단체 10곳 중 절반 이상이 일단 불참 쪽에 선 형국이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가 추계위원 과반을 추천한 권한을 주겠다고 제안한 단체 10곳 가운데 7곳은 공개적으로 거절했거나 그런 입장인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단체는 △의협 △대한의학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의대생협회) △대한병원협의회 △상급종합병원협의회 △중소병원협의회로, 복지부는 이들 단체에 18일까지 추계위원으로 활동할 전문가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다.

하지만 의협은 전날 브리핑에서 "추계위는 자문만 하고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가 의결하는 현행 구조에선 추계위원을 추천할 수 없다"며 "정부는 의료계가 신뢰할 수 있는 입장 변화와 더불어, 추계위를 자문기구가 아닌 의결기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대교수 단체도 비슷한 입장이다. 전의교협 관계자는 본보에 "지금과 같은 구조에선 위원 추천이 어렵다"고 말했고, 전의비 관계자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도 논의 가능해야 위원을 추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입시가 이미 시작됐기 때문에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두 단체와 함께 의협과 현안 대응에 보조를 맞춰온 대한의학회와 KAMC도 현재로선 추계위원 추천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전날 이들 단체를 두고 "사태 초기부터 매주 의협과 회의하고 있으며, 추계위가 의결기구가 돼야 한다는 것도 함께 논의해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단체인 의전협, 의대생 단체인 의대생협회는 내년 의대 증원 철회 입장을 강경하게 고수하고 있어 정부 제안에 응할 가능성이 낮은 상태다. 실제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2025년도 의대 정원에 대한 입장 변화는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의협의 유화적 태도 변화를 겨냥한 듯 "임현택 의협 회장은 사직한 전공의와 휴학한 의대생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며 "임 회장은 아무렇게나 지껄이지 말라"고 거칠게 반응했다.

반면 병원단체 3곳은 추계위원 추천 제안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한병원협의회와 상급종합병원협의회 관계자는 본보에 "일단 위원을 추천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병원단체 추천 인사만으로 추계위가 꾸려진다면 의사 사회에서 '반쪽짜리'로 취급받을 공산이 크다. 의협만 해도 병원단체를 의사 단체가 아닌 '사용자 단체'로 치부하고 있다. 최 대변인은 전날 "병원단체들은 14만 의사를 대표하는 의협이나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 학장단과 입장이 다르다"며 "우리는 좋은 의사의 양성·교육·수련을 생각하지만, 병원협회는 이들을 채용해 병원을 운영하는 단체"라고 말했다.

추천권 행사를 거부한 단체들이 내건 조건이 하나같이 정부가 쉽게 수용하기 힘든 사안이라는 점도 의정 대화 복원의 장애물이다. 내년 의대 증원 재검토는 물론, 추계위를 의결기구로 격상해달라는 요구도 정부엔 부담이다. 의사단체 추천 인사가 과반인 추계위를 결정기구로 만든다면 의대 정원을 포함해 정부의 의사 수급 정책 재량권이 사실상 상실되기 때문이다. 의료 정책의 또 다른 축인 소비자와 환자가 논의에서 소외된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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