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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 300억 불법 수의계약"...문체부-체육회 갈등 속 '괴물' 발언 뭇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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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 300억 불법 수의계약"...문체부-체육회 갈등 속 '괴물' 발언 뭇매

입력
2024.09.24 18:40
수정
2024.09.24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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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앞줄 왼쪽부터) 대한축구협회장을 비롯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증인들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뉴스1

정몽규(앞줄 왼쪽부터) 대한축구협회장을 비롯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증인들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뉴스1

대한체육회가 후원사들과 300억 원대 불법 수의계약을 체결했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이를 상급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하에 이뤄졌다는 점이 국회의 질타를 받았다. 또한 올 초부터 유인촌 문체부 장관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대립 과정에서 나온 발언도 문제가 됐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대한체육회는 특정기업 몰아주기용으로 300억 원 불법 수의계약을 했다"며 "문체부가 승인했다고 해서 이런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체육회는 지난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후원사 및 관계사 14개 업체와 310억 원대의 불법 수의계약 162건을 체결했다. 이들 중 한진관광은 도쿄올림픽 급식 지원센터 용역 등 82억 원 상당의 수의계약 64건을, 스포츠브랜드 노스페이스를 운영하는 영원아웃도어는 108억 원대의 물품 공급 수의계약 66건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타공공기관인 대한체육회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물품과 용역 거래 시 '공개경쟁입찰' 방식을 적용해야 했다. 그러나 '주무 관청의 허가를 받은 경우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는 자체 규정을 적용해 수의계약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즉 수의계약을 맺은 후원사들의 물품을 독점적으로 구매해주는 독점공급권 등을 제공한 것이다.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체위 현안 질의에서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이 대한체육회의 불법 수의계약 관련 그래픽을 선보이고 있다. 국회방송 캡처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체위 현안 질의에서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이 대한체육회의 불법 수의계약 관련 그래픽을 선보이고 있다. 국회방송 캡처

정 의원은 "대한체육회는 2021년 문체부의 승인 아래 자체 계약 규정을 만들고 수의계약을 했다. 그러나 문체부는 승인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의계약에 대한 결정 권한을 갖고 있는 기획재정부와 사전에 협의했다고 했으나, 기재부는 국가계약법에 의해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이에 대해 "그 당시 스포츠마케팅 활성화를 위해 전문성과 자율성을 부여하자는 취지로 (문체부가) 승인한 것으로 안다. 이 부분은 잘못했고, 국민들에게도 사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대한체육회가 특정 업체를 후원자로 선정해서 후원금을 받고 해당업체는 국가계약법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수의계약을 체결해 이권을 챙겨가는 식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점도 발견되고 있다. 이런 부분은 시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그 부분에 대해서 좀 더 살펴서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정 의원은 "대한체육회는 축구협회를 비롯해 여러 체육단체를 관할하는 기관이다. 그에 걸맞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문체부도 관리, 감독을 정확하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왼쪽)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 출석해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왼쪽)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 출석해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유 장관과 이 회장의 대립 속 발언도 문제가 됐다. 문체부와 체육회는 최근 서로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해 도마에 오른 바 있다.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이 회장이 전날 지방체육회 순회간담회에서 "내가 볼 때는 문체부가 괴물이고 정치 집단"이라고 한 발언을 지적했다. 그러자 이 회장은 "그 발언은 시·도체육회에서 그런 말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취지에서 한 말"이라며 관련 보도가 잘못됐다는 식으로 해명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위원회가 속개한 뒤 박 의원은 이 회장의 해당 발언에 대해 "개인 의견을 분명히 말해놓고 위증했다"고 문제 삼았다. 이 회장은 이에 "이 자리를 통해 사과드리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화살은 유 장관에게도 향했다. 여자핸드볼 국가대표 출신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 장관 입에서 먼저 나온 말이라면 체육 단체와 체육인이 모두 괴물인가, 이 또한 유 장관의 사과를 받아야겠다"고 주장했다.

앞서 유 장관은 지난달 27일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체육회를 향해 "낡은 관행과 오래된 습관이 남아 있고 체육이 정치 조직화돼 있다", "어떻게 체육회가 이렇게 괴물이 됐는지 모르겠다" 등 발언을 했다. 이에 유 장관은 "저는 체육회를 지칭한 것"이라며 "체육인들, 선수들, 지도자들, 체육전공하신 분들을 통칭한 건 아니다. 체육과 관계없이 체육회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 이것을 통칭해서 체육회가 괴물이 됐고 정치 집단이 됐다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체위 현안 질의에서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취임 후 급증한 임원 연임 비율 관련 그래픽을 선보이고 있다. 국회방송 캡처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체위 현안 질의에서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취임 후 급증한 임원 연임 비율 관련 그래픽을 선보이고 있다. 국회방송 캡처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이 회장의 재임 기간 동안 임원 연임 비율이 20%대에서 90%대로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이 회장 취임 전엔 22% 정도의 임원 연임 비율이 취임 후 100% 가깝게 늘었다. 임원들을 내 편으로 만들어서 체육회를 통제하는 것이라는 의심을 하게 한다"고 꼬집었다.

신 의원에 따르면 이 회장 취임 전인 2016년 임원 연임 비율은 22.2%였다. 이 회장 취임 후인 2017년 94.2%로 뛰었고, 2018년 100%를 찍었다. 2019년 85.7%, 2020년 97.7%, 2021년 84.9%, 2022년은 100%, 2023년 94.9%로 나타났다.

이 회장은 "현재 연맹 회장이나 위원은 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 한번 (임원을) 하게 되면, 연맹 등이 안정성 등을 고려해 (연임) 요청을 드린다. 이런 것에 기인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반면 유 장관은 "시스템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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