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브리핑까지 합해 2시간 넘게 진행
의료대란 우려에 "거부자들 주장" 심기 불편
민감한 질문에 생수 '벌컥'...韓·李 언급 안해
"의사 증원 문제, 열린 맘으로 검토하겠다고 여러 번 말했는데 (의사들은) 무조건 안 된다는 겁니다. 국민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취재진 앞에서 거침이 없었다. 지난 5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 후 112일 만이다. 연금을 비록한 개혁과제에는 "저항은 필연적이고, 쉬운 길을 가지 않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의료대란에 대해서는 "의대 증원을 완강히 거부하는 분들의 주장을 말씀하시는 것 같다"며 불편한 심기를 굳이 감추지 않았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관련 수사,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채 상병 사건 '제3자 추천 특별검사법' 등 예민한 질문이 이어질 땐 반박하면서도 물을 벌컥벌컥 삼키며 다소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푸른색 넥타이 차림으로 앉아 카메라를 응시하며 국정브리핑을 시작했다. 책상 위에는 지난번 대국민 메시지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글귀가 새겨진 명패가 놓였다.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의 좌우명인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방한 당시 명패에 새겨 선물한 것이다. 집무실 뒤편엔 윤 대통령이 그간 상인, 제복공무원(소방관·군인), 국가대표 선수단 등과 만나 찍은 사진 액자가 놓여 있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에게 보답하는 길을 매일 새기고 더 열심히 뛰겠다는 각오"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당초 30분으로 예고된 국정브리핑은 42분간 진행됐다.
이후 브리핑룸으로 자리를 옮겨 기자들과 만났다. 마이크를 잡고는 "반갑다. 잘 계셨냐, 휴가들은 다녀오셨냐"고 물으며 운을 뗐다. 곧장 까칠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특히 추석 연휴를 앞두고 우려가 가중되는 의료 공백 사태와 관련, '안심을 강조하는 대통령실 메시지가 실제 체감과 차이가 큰 이유가 궁금하다'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윤 대통령은 잠시 표정이 굳어지면서 "의료 현장을 한 번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비상진료 체제가 원활히 가동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 수가 개선 필요성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그간 정부가 내갈겨 놓고 안 했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어진 '정치' 관련 질문에서는 △한동훈 대표와의 소통 및 당정관계 △제3자 특검법 및 임성근 구명로비 의혹 △김 여사 명품백 수사 △반국가세력 표현의 진의 등 윤 대통령이 답변하기 껄끄러운 질의가 이어졌다. 윤 대통령 답변이 막히지는 않았지만, 목이 타는 듯 답변 중간중간 단상 위에 놓인 생수를 들이켰다.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는 한 대표와의 갈등설에는 "당정 간 문제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회견 내내 한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름은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아, 이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날 질의응답은 예상시간(60분)을 훌쩍 넘긴 83분간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회견을 마친 뒤 참석한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한 후 브리핑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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