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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대통령, 최고지도자에 '전쟁 피하자' 간청"… '보복 공격' 재고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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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대통령, 최고지도자에 '전쟁 피하자' 간청"… '보복 공격' 재고하나

입력
2024.08.08 19:00
수정
2024.08.08 20:27
12면
0 0

이란 반체제 매체 "하메네이, 입장 안 밝혀"
미국 언론도 "이란, 이스라엘 공격 재고 중"
"이란 정부, 국민들에게 '대비 지침' 안 내려"
헤즈볼라가 변수… 독자적 보복 나설 수도

이란 시민들이 5일 수도 테헤란에서 마수드 페제시키안(오른쪽) 이란 대통령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였던 이스마일 하니예가 손을 맞잡은 이미지를 담은 광고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지난달 30일 열린 페제시키안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란을 방문했던 하니예는 이튿날 새벽 테헤란의 거처에서 암살됐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이란 시민들이 5일 수도 테헤란에서 마수드 페제시키안(오른쪽) 이란 대통령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였던 이스마일 하니예가 손을 맞잡은 이미지를 담은 광고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지난달 30일 열린 페제시키안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란을 방문했던 하니예는 이튿날 새벽 테헤란의 거처에서 암살됐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정치지도자였던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 사건과 관련해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을 재고하는 듯한 기미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특히 마수드 페제시키안 신임 이란 대통령이 중동 전쟁 확전을 부를 게 뻔한 대(對)이스라엘 공격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을 겨냥해 즉각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당초 관측과 달리, 이란 지도부가 대응 시점·방법·수위 등을 깊이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다.

온건파 새 대통령 vs 강경파 혁명수비대

영국 런던에 기반을 둔 이란 반(反)체제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7일(현지시간)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에게 이스라엘을 공격하지 말 것을 간청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31일 새벽 이란 수도 테헤란의 거처에서 하니예가 암살되자 이란은 곧바로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한 뒤, "복수는 우리의 의무" "가혹한 대응" 등의 표현을 써 가며 보복 공격을 공언해 왔다.

이란인터내셔널에 따르면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하메네이와의 회동에서 △이스라엘과의 전쟁이 대통령직 수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국익도 해칠 것이라는 점 등을 들며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뜩이나 심각한 이란의 경제난이 더 악화할 수 있는 만큼, 이제 막 취임한 '온건 개혁파' 페제시키안 대통령으로선 당장 전쟁이 터지는 상황을 피하고 싶어 할 공산이 크다.

하메네이는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매체는 전했다. 다만 강경파가 다수인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을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란인터내셔널은 "페제시키안은 '군사적 대응'을 주장하는 IRGC 내부 파벌의 압박에 직면해 있다"는 소식통 발언을 전한 뒤, "테헤란의 모든 고위 당국자가 보복 욕구를 공유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고 전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정치국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지난달 31일 암살된 장소로 추정되는 이란 수도 테헤란 북부의 건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이란 관리로부터 제공받은 사진이라며 “엿새 전 위성사진과는 달리, 미사일 타격으로 손상된 듯한 건물 한 구석이 녹색 대형 천으로 덮여 있고, 2층 테라스에 파편들이 보인다”고 보도했다. NYT 홈페이지 캡처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정치국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지난달 31일 암살된 장소로 추정되는 이란 수도 테헤란 북부의 건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이란 관리로부터 제공받은 사진이라며 “엿새 전 위성사진과는 달리, 미사일 타격으로 손상된 듯한 건물 한 구석이 녹색 대형 천으로 덮여 있고, 2층 테라스에 파편들이 보인다”고 보도했다. NYT 홈페이지 캡처


이란, '유엔 대응' 거론... 보복 자제 신호?

이란의 '신중 모드'를 보여 주는 정황은 또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당국자 두 명을 인용해 "이란이 이스라엘 공격을 재고하고 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동 동맹국을 통해 미국이 보낸 '이란 시민이 (하니예 암살 당시) 사망한 것은 아니니 보복을 재고해 달라'는 메시지에 이란도 서서히 동감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 당국자들은 "이란은 하니예 살해에 어떻게든 대응하겠지만, 전략을 재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스라엘 공격이 임박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이란 정부가 국민들에게 '이스라엘의 맞보복' 관련 경고를 보내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현재 테헤란과 다른 도시 거리에는 '갈등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이란인들은 이란과 이스라엘 간 충돌 시 대비 지침을 정부로부터 전혀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신문은 "임시 대피소와 공습 훈련, 생필품 비축 경고, 병원 운영 긴급 계획 등도 전혀 없는 상태"라고 현지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날 이슬람협력기구(OIC) 긴급 회의에서 '유엔 대응'을 이란이 거론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이번 회의 소집을 요청한 이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이스라엘 정권의 침략 행위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는다면, 이란은 합법적인 방어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하니예 암살 건에 대한 대응을 두고 우선 안보리, 특히 미국에 공을 넘기면서 '이란은 직접 보복을 자제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변수는 있다. 지난달 30일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공습으로 지휘관을 잃은 이 나라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행보다. 미국 CNN방송은 "헤즈볼라가 이란에 앞서 독자적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며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공격 문제를 이란과 논의하는지도 확실치 않다"고 전했다.

김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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