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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 銀 김예지 "무명으로 20년... 부끄러운 엄마 되지 말자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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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 銀 김예지 "무명으로 20년... 부끄러운 엄마 되지 말자 결심"

입력
2024.08.06 11:00
수정
2024.08.06 13:40
19면
0 0

중학교 1학년 때 사수로 진로 결정
"이룬 것 없이 국내 시합만 출전"
방황 끝에 아이 낳고 마음 다잡아
"머스크 '샤라웃'… 처음엔 못 믿어"

김예지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권총 10m 여자 결선에서 과녁을 조준하기 앞서 코치의 지시를 받고 있다. 샤토루=연합뉴스

김예지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권총 10m 여자 결선에서 과녁을 조준하기 앞서 코치의 지시를 받고 있다. 샤토루=연합뉴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특유의 카리스마로 주목 받은 여자 사격 은메달리스트 김예지가 20년에 가까운 무명 시절의 설움을 고백했다. 김예지는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기 위해 다시 일어섰다"고 말했다.

김예지는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여기까지 올라오기에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국제대회를 뛴 게 얼마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전에는 국내 시합만 뛰고 국가대표를 가끔 하던 선수였는데, 아무것도 이루어놓은 게 없이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게 허무했다"고 털어놨다.

김예지는 중학교 1학년 때 사수가 되기로 결심했다. 김예지는 "무명의 시간만 20년 정도 된다"면서 "20대 시절에는 '다른 일을 해볼까'라는 생각도 하고 방황도 잦았다"고 말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내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이다. 올 5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국제사격연맹(ISSF) 사격 월드컵 여자 권총 25m에서 세계 신기록과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이 김예지의 '신호탄'이 됐다.

3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10m 공기권총에서 2위를 기록한 김예지가 오륜 마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샤토루=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10m 공기권총에서 2위를 기록한 김예지가 오륜 마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샤토루=연합뉴스

김예지가 마음을 다잡은 계기는 아이가 생기면서였다. 그는 "아이가 커서 엄마를 바라봤을 때 부끄럽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책임감을 갖고 더 위로 올라가자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자신의 주종목이던 25m 권총 본선에서 타이밍을 놓쳐 0점을 받은 것에 대해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금메달을 따겠다고 자신 있게 얘기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한 마음도 들고 나 자신에게도 화가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내 사격 인생이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고 앞으로 남은 사격 인생이 있으니까 앞으로 2년 뒤에 아시안게임부터 다시 천천히 올라가 보자, 그리고 그다음 로스앤젤레스 올림픽까지 다시 도전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잡았다"고 힘줘 말했다.

대한민국 사격 대표팀 조영재가 5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25m 속사권총에서 은메달을 따낸 뒤 김예지, 반효진, 오예진을 비롯한 선수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샤토루=뉴스1

대한민국 사격 대표팀 조영재가 5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25m 속사권총에서 은메달을 따낸 뒤 김예지, 반효진, 오예진을 비롯한 선수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샤토루=뉴스1

김예지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을 "액션 영화에 캐스팅하자"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처음엔 믿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머스크가 '샤라웃'(shout out·온라인에서 특정인을 언급하거나 칭찬한다는 뜻)을 했다고 하는데 샤라웃이라는 단어 자체도 몰랐다"면서 "나중에 사람들이 자꾸 머스크를 언급해서 '진짜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국제사격연맹 사격 월드컵 당시 김예지는 세계 신기록을 쓰고도 표정 변화가 전혀 없는 모습을 비쳐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그는 "많은 분이 대단하다고 이야기를 해줬다. 그런데 저는 그때 '됐어, 이제 다음 시합을 준비하자'라는 생각이 강했다"고 전했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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