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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민간 이첩" 훈령은 "軍조사 먼저"... 채 상병 논란 키운 법체계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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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민간 이첩" 훈령은 "軍조사 먼저"... 채 상병 논란 키운 법체계 모순

입력
2024.07.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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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사망 1주기: 군사법원법 논란]
법엔 '사망 관련 사건엔 군 수사권 없다'
국방부 훈령엔 '죄명 및 범죄사실 특정'
"이런 법체계 모순도 외압 논란의 원인"

해병대 예비역 단체 회원들이 18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소라탑 앞에 마련된 ‘故채상병 1주기 추모 시민 분향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뉴스1

해병대 예비역 단체 회원들이 18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소라탑 앞에 마련된 ‘故채상병 1주기 추모 시민 분향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뉴스1


"군사법원 관할 사건 중 △성범죄 △입대 전 저지른 범죄 △사망·치사의 원인이 되는 범죄는 (민간)법원이 재판권을 가진다."

2022년 개정·시행된 군사법원법(군법원과 군검찰 조직·권한·절차를 정하는 법)의 핵심 내용이다. 관할권이 민간법원에 있으니, 수사는 군사경찰(헌병)이 아닌 경찰이 하고 기소 역시 검찰이 한다. 예전엔 군인이 범한 모든 범죄는 군 수사기관이 수사하고 군사법원이 판결했다. 그러나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등 군이 사건을 은폐한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고, 군 내부의 치부가 드러날 수 있는 범죄의 수사·재판권이 민간으로 넘어온 것이다.

그러나 '민간에 넘기라'는 법 취지와 달리, 하위법령은 여전히 '군이 먼저 살피라'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법령상 모순과 허술한 법령 구조가 이번 채모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 논란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법·대통령령·훈령 등 관련 법령을 뜯어보면, 군사법원법 시행령까지는 본법 취지를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 대통령령은 '해당 범죄에 대한 고소·고발·진정·신고 등을 접수'하거나 '범죄가 발생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을 발견'하는 등 사건을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이첩'하도록 했다.

하지만 국방부가 만든 행정규칙 성격의 훈령에는 군 내부 절차를 거친 뒤 민간 경찰에 넘길 것을 규정하는 내용이 있다. 경찰에 사건을 이첩할 때 '인지통보서를 작성해 송부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 것이다. 인지통보서 형식을 보면 △피의자 신상 △죄명 △인지 경위 △범죄사실까지 적도록 하고 있다. 상위법령은 '군은 수사에서 손을 떼라'고 하지만, 하위법령은 사실상 죄명을 판단하고 범죄사실을 특정하도록 하면서 사실상 초동수사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이렇게 보면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 입장에선 훈령인 인지통보서 작성 의무를 따른 것이다. 그가 지난해 8월 2일 경북경찰청에 사건기록과 함께 이첩한 사건인계서에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이 '피혐의자'로 적시됐다. '죄명'란에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사망사건 원인범죄)'이라고 적었다. 이런 결론을 내기까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 등 8명 및 참고인 87명을 조사하고, 임 전 사단장의 명령과 회의자료, 사고장소 주변 폐쇄회로(CC)TV 등 증거도 수집했다. 혐의 입증이 까다로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특성상 조사는 매우 광범위했다. '지체 없는 이첩'이었는지 논란의 소지가 있는 지점이다.

수사단의 결론을 결재했다가 번복한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은 군사법원법을 근거로 박 대령 조사가 법 취지에 어긋난 '사실상의 수사'라고 주장한다. 수사단 조사를 상위법령에 어긋난 것으로 판단한 이 전 장관은 △이첩 보류(2023년 7월 31일) △사건기록 회수(8월 2일) △국방부 조사본부 재검토(8월 9일) 등을 지시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절차적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정당한 지휘였다는 취지다.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도 "당시 긴밀히 연락한 것은 상·하위법령의 간극을 조정하고 법리 검토를 하기 위해서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상·하위 법령이 어긋난 상황이 이번 사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형사소송법 전문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군이 사망 사건 수사를 못 하게 하면서도, 인지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한 것은 모순"이라며 "군사법원법을 섣불리 바꾸며 하위 법령을 제대로 정비하지 않다 보니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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