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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사고 없었지만 여론 반전 어려워... '바이든 사퇴론'에 사분오열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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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사고 없었지만 여론 반전 어려워... '바이든 사퇴론'에 사분오열 민주당

입력
2024.07.12 18:04
수정
2024.07.12 19:02
2면
0 0

[바이든, 나토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
"나는 대통령 최적임자" 대선 완주 의지
기자회견 직후 민주당 의원 이탈 가속화
민주당 안팎 후보 교체설 배후에 오바마?
견고한 지지율...후보 임명 전 '용퇴' 미지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 워싱턴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대선 완주 의사를 밝히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 워싱턴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대선 완주 의사를 밝히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나는 대통령으로서 최적임자다. 그(도널드 트럼프)를 한 번 이겼고, 다시 이길 것이다."

'고령 리스크'로 대선 후보 사퇴 압박을 거세게 받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다시 한번 완주 의지를 강조했다. 건강과 인지 능력에 대한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는 "의사가 요구한다면 신체·인지 검사를 받겠다"며 정면돌파도 시사했다. 하지만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바이든 대통령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민주당 의원이 18명으로 늘어나는 등 혼란은 이어지고 있다.

59분 동안 인지력 시험대 오른 바이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 워싱턴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 워싱턴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저녁 59분간 생중계로 진행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폐막 후 단독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시종일관 힘 있고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보였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참사'라는 평가를 받은 지난달 27일 첫 대선 후보 TV 토론 이후 자신의 건강과 인지 능력에 이상이 없음을 증명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단상에 섰다. 기자 11명의 질문 19개를 소화하는 동안 간간이 기침을 하거나 말을 더듬긴 했지만, 외교안보 현안과 재임 중 이룬 성과를 대체로 능숙하고 유창하게 답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전체적으로 트럼프와의 TV 토론보다 확실히 안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위기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튀어나왔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자격을 말하는 대목에서 대뜸 "트럼프 부통령"이라 잘못 말했다. 나토 정상회의 마지막 행사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소개하면서 '푸틴'이라 부른 실수가 불과 2시간 전이었다.

대형 사고는 없었지만 여론을 뒤집기도 어려웠다는 게 미 언론의 대체적 평가다. 워싱턴포스트(WP)는 "기자들의 질문을 맞받아치며 유창하게 세부 사항을 챙기는 모습을 보였지만, 말을 더듬고 이름을 혼동하며 때때로 두서없는 답변도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안팎 거센 '교체설'... 배후는 오바마?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 활짝 웃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 활짝 웃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반전 없는 기자회견에 민주당은 사분오열했다. 기자회견 직후 민주당 하원의원 3명은 공개적으로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이로써 바이든 후보 사퇴 요구 의원은 하원 17명, 상원 1명이 됐다.

설상가상 바이든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사퇴 압박의 배후에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가 전날 NYT에 바이든 사퇴 촉구 글을 기고하기 전 오바마 전 대통령과 의견을 나눴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CNN은 민주당 인사를 인용,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과 오바마 전 대통령이 최근 만나 바이든 캠프의 어두운 미래를 논의했다"며 "두 사람은 바이든의 (사퇴)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의 핵심 우군인 두 사람이 등을 떠미는 형국인 셈이다.

힘 얻는 '바이든 교체론'에 선거 전략도 흔들

'바이든 사퇴론'은 경제 성과를 고리로 우위를 점하려던 민주당의 선거 전략까지 뒤흔들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이 이날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 상승해 예상치를 하회했다. 바이든 대통령 집권 첫해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 사활을 걸어 온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쾌재를 부를 일이지만, 백악관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이 강력한 (경제 성과) 수치가 지금 정치 뉴스에 밀려 사라지고 있다는 현실에 백악관 내 광범위한 좌절감이 퍼지고 있다"는 백악관 고위 관계자의 말을 WP가 전했다.

민주당은 다음 달 19일 시카고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를 확정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완주 의지'를 분명히 밝힌 만큼 후보가 교체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미 ABC방송과 WP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중 가상 양자대결에서 바이든 대통령(46%)은 1차 TV 토론 악재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47%)에 겨우 1%포인트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분히 승산 있는 지지율을 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용퇴'를 결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혜미 기자
김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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