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은 "구속 피하려 했다"며 추징 명령
대법원 "피해는 이미 회복돼" 파기환송
부산저축은행에 6,700억 원의 부실채권을 안겨 파산에 이르게 한 '캄코시티 사태' 주범인 시행사 대표의 징역형이 확정됐다. 다만 대법원은 항소심이 정한 78억 원의 추징금은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인의 재산상 피해가 회복됐다는 게 이유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시행사 대표 이모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13일 확정했다. 78억 원의 추징 명령은 파기환송했다.
이씨는 2005년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2,369억 원을 대출받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캄코시티 건설 사업을 추진했다. 캄코시티는 '캄보디아'와 '코리아'에서 한 글자씩을 딴 신도시 계획인데, 국내에 법인(LMW)을 두고 현지 법인(월드시티)을 통해 사업을 시행하는 구조였다. 이 사업은 2012년 부산저축은행이 무리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 때문에 파산하면서 중단됐다. 부산저축은행의 파산관재인이던 예금보험공사(예보)는 대출 원금과 지연이자 합계 6,700억 원을 회수하지 못했다.
이씨는 궁지에 몰리자 2017년 9~11월 자신의 다른 법인(LBO)과 허위로 컨설팅 계약을 맺고 회삿돈 600만 달러(약 78억 원)를 배우자에게 지급하거나, LMW가 LBO에서 231만 달러(약 30억 원)를 회수하지 않도록 결정해 회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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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78억1,200만 원의 추징도 함께 명령했다. 이씨는 배우자에게 지급한 회삿돈 600만 달러를 캄보디아에서 귀국하기 전날 법인 계좌에 다시 입금했는데, 2심 재판부는 이를 구속을 피하기 위해 가짜로 회삿돈을 채워 놓은 것으로 봤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실형은 확정하면서도, 추징 명령은 파기했다. 대법원은 "부패재산몰수법 6조 1항의 '피해자에 대한 피해 회복이 심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추징을 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씨 측이 제출한 지난해 12월 25일 자 계좌 거래내역서에 따르면, 법인 계좌에 600만 달러가 계속 예치돼 있다는 점이 근거가 됐다. 대법원은 "법인이 입은 재산상 피해는 범죄 이전의 상태로 회복됐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원심이 이씨가 대표이사 지위를 악용해 600만 달러를 임의로 인출하는 등 새로운 횡령죄를 저지를 가능성을 지적한 것에 대해서도 "추상적 가능성을 전제로 몰수·추징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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