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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울 자리 보고 발 뻗어라

입력
2024.07.08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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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수사검사 탄핵소추, 입법권 남용
위협 행위로 무죄 난들 국민 수용하겠나
세 대통령 배출한 수권정당 책임 가져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직선거법 재판 위증교사 혐의'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직선거법 재판 위증교사 혐의'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를 배출했다. 지금 야당 처지에 있지만 언제 정권을 잡아도 이상할 게 없는 정통 정당이자 수권정당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원 구성의 관행 파괴 등 최근의 입법 권한 행사를 보면 ‘언제 지금 같은 날이 오겠냐’는 식으로 여겨질 만큼 무리하다. 한마디로 민주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다수당의 완력에 기운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 역량 부재와 맞물린 이재명 전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그 근원임을 모르는 이는 없다.

대표 연임을 위한 당헌당규변경 등 민주당 내외에서 벌어지는 갖은 일에 ‘방탄’ 수식어가 붙었지만 이재명 전 대표 수사검사 탄핵소추는 전례 없는 준사법기관 위협행위다. 과거 검찰의 이 전 대표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 움직임은 그나마 약과다. 영장은 기소와 판결 과정에 있는 절차라 방어권 보장을 위한 민주당 대응으로 이해할 구석이 있고, 담당 판사는 영장을 기각했다. 지난 총선에서 175석 거대 야당이 되는 초석이 됐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탄핵소추 발의 수사검사 4명 중 3명이 이 전 대표 수사검사라는 점은 방어 목적을 넘어선 입법권 남용이 아닐 수 없다. 탄핵소추에 세밀한 조사가 없었던 듯하고, 내용 자체가 근거가 희박하거나 불분명하다. 당장 헌법재판소로 가져간 게 아니라 법사위 심문절차 등 수순 밟기에 들어간 모양새는 실제 탄핵 여부는 그리 고려대상이 아닌 듯하다. 그런데도 국회법, 법과 원칙에 따른 권한 행사라고 강변한다. 법은 최소한의 상식이라는데, 상식을 뛰어넘는 일을 거대 야당이 ‘정치보복’ 대응이라는 이름하에 정당화하고 있다. 지난 5월 첫 검사 탄핵소추 사건이 헌법재판소로부터 기각된 걸 보면 민주당도 검사 탄핵 가능성에 대한 계산이 서지 않았을 리 만무하다. 그러니 이 전 대표 수사 검사 탄핵소추를 통한 수사나 재판에 대한 압박과 영향력 행사, 지연 의도가 분명하다. 지난달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유죄판결 후 판사 탄핵 검토까지 공공연히 거론한 걸 보면 이 전 대표 방탄을 위해서라면 못할 일이 없다는 식이다. 이런 입법권 남발과 검사, 판사 위협 행위라면 이 전 대표 재판에서 설사 무죄가 난들 국민이 수용할 수 있겠는가.

이해관계에 있다면 한 발 물러서는 게 우리 사회가 지켜온 상식과 합리의 선이다. 야당의 채 상병 수사 외압 등 특검법 처리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또 다른 반복적 대치에도 특검에 무게가 기우는 이유도 그러하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개입에 따라 수사 결과나 진상규명의 훼손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론의 수용이 문제 된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고 보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공수처 수사를 보고 난 뒤”라는 조건을 달았으나 윤 대통령도 특검을 열어둔 건 국정 최고운영자가 가진 일말의 책임의식으로 본다.

민주당이 채 상병 특검을 줄기차게 요구하면서 이 전 대표 사건에 입법권을 남용하는 건 자가당착이다. 법적 대응과 별개로 수사와 기소의 분리, 수사기관을 망라한 수사청 같은 독립기관, 피의자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는 수사편의주의 등 권력으로부터의 독립과 수사·기소권 남용을 막을 제도 개선에 크게 힘써야 할 일이다. 표적수사 방지법 같은 방탄 법안 발의가 아니라 100년 대계의 사법제도를 위한 진지한 노력이다.

눈길 함부로 밟지 말라 했고, 누울 자리 봐 가면서 발을 뻗으라고 했다. 필히 화살이 돼 자기에게 돌아올 일은 삼가라는 얘기다. 이재명 당이 아니라, 100년을 바라보는 수권정당으로서 체통을 지키라고 말하고 싶다.

정진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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