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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1명 죽든 10명 죽든 5년형이 최대… "처벌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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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1명 죽든 10명 죽든 5년형이 최대… "처벌 강화해야"

입력
2024.07.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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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특법 금고 5년 또는 벌금 2000만 원 최대
판결문 분석해보니… 법정형보다 낮은 처벌
"가해자는 단기 처벌, 피해자는 고통 영원"

3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의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시민들. 뉴스1

3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의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시민들. 뉴스1

서울시청역 인근 도로에서 역주행한 채 인도로 돌진, 9명을 숨지게 한 운전자가 받을 처벌이 최대 5년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법이 시행된 건 40여 년 전이라 지금 현실에 맞도록 양형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운전자 A(68)씨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교통사고처리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됐다. 교통사고처리법은 차량이 종합보험에 가입하면 사고를 냈더라도 형사처벌을 면제해주는데 보도 침범은 도로교통법상 12대 중과실에 해당돼 A씨는 종합보험 가입 유무와 상관없이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교통사고처리법은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내 업무상과실 또는 중과실로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하는 경우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음주나 약물 투약 정황은 없다고 경찰이 밝힌 만큼 A씨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될 여지는 적다. 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변호사는 "사람이 1명 죽든 10명 죽든 교통사고처리법 혐의가 적용되기 때문에 법정형이 5년을 넘을 수 없다"고 했다.

물론 과실이 아닌 운전자 고의성이 인정된다면 살인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경찰이 운전자의 미필적 고의를 밝혀내야 한다. 교통사고 전문 최충만 변호사는 "예를 들어 피의자가 화가 나 '너 죽고 나 죽자'며 운전을 할 경우 위험하게 운전하면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인정될 수 있다"면서도 "경찰이 증거를 찾을 수 없다면 과실로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과실로 인정된다면 처벌 수위는 어떻게 될까. 한국일보가 최근 2년간 교통사고처리법 치사 혐의로 처벌받은 판결문 30건을 분석한 결과 법정형보다도 처벌 수위가 낮았다. 해당 법만 적용된 이들에겐 금고 6개월~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3년이 선고됐다. 사고 전 교통범죄 전력이 있어도 마찬가지였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교통사고 치사에 대해 금고 8월~2년을, 가중요소가 있을 시 1~3년을 권고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전북 순창군 구림면 구립체육관에 농협조합장 선거 투표소 사망자 4명을 추모하는 합동분향소가 설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3월 전북 순창군 구림면 구립체육관에 농협조합장 선거 투표소 사망자 4명을 추모하는 합동분향소가 설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시청역 사고와 비슷한 '순창 투표소 20명 사상 사고' 운전자도 금고 3년에 집행유예 5년형이 확정됐다. 사고 당시 75세였던 이 운전자는 지난해 전북 순창에서 트럭을 몰다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오인해 농협 조합장 투표소를 덮쳐 4명이 숨지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1심에서 금고 4년을 받았지만 거액의 합의금을 마련하고, 피해자이자 유족인 동네 주민들이 선처를 탄원했다는 이유로 항소심에서 형이 줄었다.

이에 교통사고처리법의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비판은 꾸준히 제기됐다. 이 법은 1981년 만들어져 이듬해부터 시행됐는데 제정 당시와 사회 상황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정 변호사는 "이젠 자동차가 때론 흉기가 돼 다수 인명을 순식간에 사망시킬 수가 있다"며 "법익 침해가 더 큰 만큼 형량이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미래를위한청년변호사모임(새변) 역시 이날 입장문을 내고 "가해자는 끝이 정해진 처벌을 받게 되는 반면, 사망 피해자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은 소중한 사람을 잃은 고통을 종신형을 선고받듯 계속 느껴야 한다는 사실이 참담하다"고 지적했다. 새변 소속 김지연 변호사는 "다중인명피해의 경우 피해자 수만큼 형량을 적용하거나 양형 기준을 폭넓게 해 법원에 재량을 주는 법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서현정 기자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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