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정상회담의 승자는 결국 '김정은'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운 조약을 통한 군사동맹 체계로 당장 러시아라는 든든한 뒷배를 얻어냈기 때문이다. 군사열강인 러시아와의 협력으로 군사력 자체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평탄한 길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러시아가 얻어가는 건 북한과 비교하면 그리 크지가 않다. 장기전에 돌입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있어 각종 재래식 무기와 병력에 당장 북한의 지원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기존의 '전략적 모호성'을 배제하면서까지 북한을 끌어안을 유인은 높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20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을 보면, 러시아가 그간 취했던 전략적 모호성 전략은 사실상 배제가 됐다. 이번 조약을 통해 러시아에 서방 국가들은 물론, 향후 한국과의 관계 개선 여지가 확 줄어들게 된 것이다.
제성훈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이번 조약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북한 지원병이 등장해도 전혀 놀랍지 않은 수준“이라며 “러시아가 북한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자, 유라시아 안보의 한 축으로 인정하고 끌어안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푸틴이 이처럼 북한을 끌어안은 배경으로는 일단 북한군을 끌어들여 우크라이나전을 조속히 마무리 짓고, 그 결과(승전)를 바탕으로 러시아 중심의 유라시아 지역 새 질서를 구축하겠다는 욕심 등이 언급된다.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참가국 확대, 한·미·일 공조 강화에 대응할 새로운 질서 구축 과정에서 북한과의 끈끈한 관계 구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발간한 ‘푸틴의 평양 방문과 러북 관계 전망: 러시아의 시각’ 보고서에서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역할과 위상을 과거 소련 시대 혈맹 수준까지 복원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푸틴의 '루블화 위주의 금융 경제 공동체 부활'에 대한 필요성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 위원은 "러시아는 미국의 힘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에서 나온다고 판단한다"며 "러시아는 소련이 건재할 당시 사회주의권 국가들을 경제적으로 통합 관리하던 내부 결제 시스템을 부활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이 방북 전 노동신문 기고를 통해 구체적인 협력 안건으로 '루블화 결제'를 콕 짚어 말한 데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문구 표현 수위를 두고 회담 막판까지 '신경전'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4조의 '지체 없는 군사적 지원'을 넣어야 하는지를 둔 이견이었다고 한다. 그 결과 회담을 마친 뒤 공동언론 발표에서 김 위원장은 "위대한 조로(북러) 동맹 관계"라는 등 여러 차례 '동맹'을 언급한 반면, 푸틴 대통령은 동맹이라는 표현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같은 문구를 두고도 해석과 의도에서의 미묘한 차이를 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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