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군인과 공안 배치, 통행 막아
우크라이나대사관 앞도 러시아 깃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반나절 앞둔 19일 낮 베트남 하노이에는 팽팽한 긴장이 감돌았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 국빈 방문 직후인 20일 0시 전후 하노이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노이서 푸틴 전용차량 이동 리허설
20일 오전 베트남 권력 서열 2위 또 럼 국가주석 주최로 푸틴 대통령 환영 행사가 열릴 예정인 베트남주석궁 인근 거리는 10m마다 공안 대여섯 명씩이 배치되는 등 삼엄한 분위기였다.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한 베트남 국회의사당 반경 100m는 관광객 등 일반인 접근이 금지된 상태였다.
호찌민 전 베트남 국가주석 묘소가 위치한 바딘광장 역시 통행이 제한됐다. 하노이 관광지 한복판에 있는 데다, 주위에 볼거리가 많아 평소 관광객이 대거 몰리는 곳이지만 이날은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다.
군경이 아닌 일반인들까지 동원돼 외부인 이동을 막는 모습도 보였다. 바딘광장 맞은편 도로를 걸어가자 팔에 붉은 완장을 찬 여성이 “오늘은 더 이상 이 길로 갈 수 없다. 우회하든, 되돌아가든 하라”고 가로막았다. 인근 도로에는 베트남 병사를 태운 군용 트럭 여러 대가 지나가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한 시민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문 때보다 보안에 더 신경 쓴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공안부와 하노이시 교통경찰국은 푸틴 대통령 전용 리무진 ‘아우루스 세나트’와 함께 하노이 외곽 노이바이국제공항부터 도심지까지 이동하는 리허설을 실시했다. 차량이 이동하는 길목 곳곳에는 공안 바리케이드가 설치됐다.
푸틴 거쳐갈 '레닌 동상'도 단장 중
하노이 중심가에 위치한 구소련 초대 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 동상 앞도 단장이 한창이었다. 동상 인근에서 꽃 화분을 정리하던 한 노동자는 "푸틴 대통령이 반드시 거쳐갈 장소이기 때문에 어제부터 아름답게 장식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주베트남 우크라이나대사관 앞 거리에도 러시아 국기가 걸려 있었다. 한 베트남 청년에게 ‘푸틴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우크라이나 침공 반대 시위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느냐’고 묻자 “그럴 리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베트남과 러시아의 오랜 우호 관계를 생각했을 때 침략 행위를 직접적으로 비난할 가능성도 없을뿐더러, 설사 반대 목소리가 있다 해도 이를 공안이 가만 둘 리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푸틴 대통령 방문 소식에 베트남 국민 사이에서도 환영 열기가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노이 러시아 기념품가게 주인 응우옌티홍반은 로이터에 “푸틴 대통령 방문을 앞두고 러시아 전통 인형 마트료시카와 옛 소련 국가명 약칭인 ‘CCCP’가 새겨진 모자 등이 잘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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