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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은 북러·서울은 한중…복잡해진 한반도 체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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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은 북러·서울은 한중…복잡해진 한반도 체스판

입력
2024.06.14 04:30
수정
2024.06.14 14:08
1면
0 0

대통령실 "푸틴, 며칠 내 방북" 공식 확인
"비슷한 시기 한중 외교안보 전략대화 개최"
전문가들 "북러-한중 연계시키면 韓 불리"
"상호 레드라인 확인·관리에 집중해야"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다음 주 중으로 한국과 중국, 북한과 러시아가 각각 서울과 평양에서 얼굴을 마주할 전망이다. 외교안보대화를 통해 한중이 외교안보 관련 고위급이 만나기로 한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게 된다. 한중관계 개선 및 대북 압박(한국), 러시아 밀착 심화(북한), 미국 견제 및 한반도 영향력 유지(중국·러시아) 등 한반도를 둘러싼 각국 이해관계 셈법이 교차하는 '치열한' 한 주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2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국빈 방문 중인 카자흐스탄에서 "며칠 안에 푸틴 대통령이 (평양) 방문"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외국 정상의 타국 방문을 언급하는 게 흔치 않지만, 대통령실이 임박한 북러 평양 정상회담을 공식화한 것이다. 푸틴의 방북은 2000년 7월이 마지막이었다.

동북아 안보조약·진영 구도론 핵심 남북중러의 속내. 김대훈 기자

동북아 안보조약·진영 구도론 핵심 남북중러의 속내. 김대훈 기자

북한과 러시아는 이번 회담에서 양측 관계 강화 및 공고화에 방점을 찍을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러시아, 국방력 강화가 절실한 북한이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기브 앤드 테이크(give and take)'가 자연스레 이뤄질 공산이 크다.

특히 북한은 러시아의 우주기술 등 핵심군사기술 지원이 절실하다. 지난달 러시아로부터 지원받은 기술로 신형 엔진을 장착해 발사한 2호 군사정찰위성이 실패한 데 따라, 추가 기술 지원이 더 필요하다. 아예 엔진 완제품을 원할 수도 있다.

최근 소원해진 혈맹(血盟) 중국의 관심을 끌고, 우회적으로 압박할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도 있다. 앞서 북한은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한반도의 비핵화'가 언급되자 담화를 통해 반발하기도 했다. 북한은 또한, 외화 획득을 위한 근로자 파견도 러시아에 원하고 있다.

러시아의 셈법은 복잡하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외교적으로 고립됐던 러시아는 북한과 밀착하며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우회지원한 한국을 압박하는 데 신경을 써왔다. 북한으로부터 필요한 재래식 무기 등을 공급받는 한편,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 패러다임을 무력화하는 데 영향력을 과시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기류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한국에 유화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우크라이나 전쟁 관여와 한미동맹 심화를 억제하겠다는 의도가 역력하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6·25 직전은 아니라는 점에서 한러관계를 고려해 방북 시기를 조율한 흔적이 보인다"며 "파장을 최소화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중은 평양에서 북러가 만나는 시점 전후로 9년 만에 열리는 외교안보대화를 통해 만난다.현재 18일이 유력하다. 우리 정부는 일단 한중관계 개선 메시지와 대북압박 메시지를 발신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북중러 연대의 약한 고리로 중국을 노리는 셈이다.

중국 입장은 미묘하다. '북중러'로 완전히 묶이는 것을 꺼리긴 하지만, 그렇다고 북러와의 '반미결속'을 버리진 않는다. 한반도 관련 메시지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오히려 중국으로선 대만 문제에 있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하라고 압박할 공산이 크다. 문흥호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이 외교안보대화를 재개한 것은 미국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며 "한중대화를 북러협력과 연계할 경우 오히려 한국이 불리할 수 있어 우선은 관계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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