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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푹 자도 피로감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입력
2024.06.09 21: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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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만성피로증후군, 수면장애·두통·식욕부진·기억력장애 등에 시달려

잠을 충분히 잤는데도 매일 피곤함에 시달린다면 만성피로증후군일 가능성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잠을 충분히 잤는데도 매일 피곤함에 시달린다면 만성피로증후군일 가능성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잠을 충분히 잤는데도 몸이 개운하지 않고 운동이나 일을 한 뒤에는 권태감이 심하다. 이유 없이 목이 따끔거리거나 목과 겨드랑이 부위 림프절에 압통이 느껴지는 등 통증이 발생한다. 근육통·관절·두통이 생기기도 한다.”

푹 쉬어도 매일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면 ‘만성피로증후군(chronic fatigue syndrome)’일 가능성이 있다. 대부분 서서히 발병하지만 가끔 감기처럼 급성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만성피로증후군은 충분히 휴식을 취했는데도 불구하고 극심한 피로가 풀리지 않고 6개월 이상 지속될 때를 말한다. 잠깐 휴식으로 회복되는 일과성 피로와 다르다.

주요 증상은 수면 장애, 기억ㆍ집중력 장애, 기운 없음, 식욕 부진, 참을 수 없는 피로, 관절ㆍ근육통, 두통, 림프절 압통, 인후통 등이 동반된다. 그런데 많은 다른 질환도 피로 증상을 동반하기에 만성피로증후군으로 진단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만성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의 2~5%는 만성피로증후군을 겪는다고 알려졌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다음 4가지 기본 증상을 동반하면 만성피로증후군으로 진단한다. △임상적으로 평가되거나 설명되지 않는 피로감이 6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반복되고 △피로감이 최근에 힘든 일을 겪어 생긴 게 아니고 △휴식으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직업ㆍ교육ㆍ사회ㆍ개인 활동이 만성피로가 나타나기 전보다 실질적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이와 함께 다음 8가지 증상 중 4가지 이상이 피로와 함께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피로증후군으로 진단한다. 8가지 증상은 △기억력이나 집중력 장애 △인후통 △목이나 겨드랑이에 있는 림프샘을 눌렀을 때 통증 △근육통 △여러 관절에서 동시에 발생한 관절염 △두통 △잠자도 상쾌한 느낌 없음 △운동 또는 힘든 일을 한 뒤에 심한 권태감 등이다.

하지만 정확한 진단법이 없어 ‘배제 진단’을 하기도 한다. 즉 다른 원인 질환을 ‘배제’했는데도 증상이 있을 때 만성피로증후군으로 진단한다. 호르몬 수치, 혈액검사, 소변검사 등으로 신체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고 정신건강과적 문제가 없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필요하면 스트레스 검사와 우울증 등을 확인하기 위한 정신상태 검사, 자율신경 검사, 뇌 혈류 검사 등도 시행한다.

만성피로증후군은 원인 질환이 없는 병인 만큼 특별한 치료법이나 표준 치료 지침도 없다. 만성 피로를 일으킬 만한 요인을 찾아 제거하거나 현재 증상을 완화하는 게 최선이다.

황희진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는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고, 4분의 1 정도 누워 생활할 정도이지만 이들 환자가 병명도 모른 채 병원을 찾지 않는 것이 큰 문제”라고 했다.

황 교수는 “만성피로증후군을 진단하기에 앞서 ‘잘 잤는가’ ‘잘 먹고 잘 배설하는가’ ‘육체·정신적으로 잘 쉬느냐’ 등 3가지 전제 조건이 해결돼야 한다”며 “피로감 때문에 병원을 찾는 사람 중 상당수는 스트레스 같은 정신적 요인이나 잘못된 식습관·생활습관에 기인하는데 이런 문제만 잘 해결해도 증상이 좋아진다”고 했다.

다만 병을 알지 못해서 만성피로증후군을 해소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의지나 상황적으로 불가능한 환자가 있기에 그런 환자는 전문의를 찾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황 교수는 “우선 운동이나 명상 등으로 긴장을 풀어야 한다”며 “우울 성향이 강하다든지 불면증을 호소하는 일부 환자들에게는 보조적인 약물 요법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유산소운동이 만성피로증후군 증상을 개선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유산소운동은 5~15분씩 하고 환자 상태에 따라 매주 1~2분씩 운동 시간을 늘리는 게 좋다. 천천히 조금씩 운동량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 운동을 시작한 후 증상이 악화하거나 피로감이 더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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