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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유니폼 속의 특별한 메시지

입력
2024.06.08 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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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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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와 워싱턴 내셔널스의 경기에서 선수들이 재키 로빈슨의 등번호 42번을 달고 그를 추모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와 워싱턴 내셔널스의 경기에서 선수들이 재키 로빈슨의 등번호 42번을 달고 그를 추모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매년 4월 15일 메이저리그(MLB) 야구장에서는 신기한 일이 발생한다. 경기장 안의 모든 유니폼이 42번으로 변한다. 선수, 감독은 물론이고 심판도 42번을 달고 출전한다. 이는 MLB 최초의 흑인 선수, 재키 로빈슨(Jackie Robinson)을 기리기 위한 이벤트다. 그가 데뷔(1947년 4월 15일)하기 전, MLB는 백인 선수만의 리그였다.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유색인종 차별에 야구만 예외일 수 없었다. 그의 MLB 입성은 '블랙 스완(Black Swan)'이었다. 발생 가능성이 없어 보였던 일이 실제 발생한 것이다.

그를 향한 혐오는 경기장 안팎에 가득했다. 그가 타석에 들어서면 공은 머리로 날아왔다. 진루하면 상대 팀 수비수는 그에게 발길질을 해댔다. 심판의 편파 판정도 감내해야 했다. 일부 관중은 그를 향해 "다음 경기에 나오면 총으로 쏴버린다"라고 협박했다. 이런 위협에 동료 선수는 "우리가 모두 42번이면, 누가 누군지 모르겠지?"라며 로빈슨을 위로했다.

흑인이기 때문에 겪는 차별과 모욕은 그를 지속해서 괴롭혔다. 하지만 꿋꿋하게 견뎠다. 그리고 명예롭게 은퇴했다. 그는 그렇게 흑인 인권 운동의 상징이 되었다.

MLB는 1997년 4월 15일을 '로빈슨 데이'로 지정했다. 그가 첫 경기를 치른 지 5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또한 그의 등번호 42를 MLB의 영구 결번으로 지정했다. 그래서 MLB의 모든 경기에서는 등번호 42를 볼 수 없다. 하지만 1년에 단 하루는 MLB의 모두가 42번이다. 동료의 위로가 현실이 된 셈이다.

국내 프로야구에도 특별한 유니폼이 있다. KBO 구단들은 6월에 밀리터리 유니폼을 입는다. 호국보훈의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2008년 롯데 자이언츠는 국내 프로야구단 최초로 밀리터리 유니폼을 착용했다. 이후 다른 구단으로 확산했다. 2012년부터 현충일 3연전 경기에서는 모자와 헬멧에 아로새긴 '나라사랑 큰 나무' 패치를 부착한다. '나라사랑 큰 나무'는 국가유공자에 대한 감사와 예우를 담은 상징물이다. 이제 6월의 야구장 ‘밀리터리 룩’은 특별하고도 평범한 개념이 됐다.

스포츠 유니폼은 해당 경기에 최적화한 옷이다. 단체 경기에서는 팀을 구분하는 중요한 기능도 한다. 하지만 유니폼은 기능성보다 가능성이 더 중요하다. 여러 가지 의미를 담아서 전달하는 도구로도 활용되기 때문이다. 특별한 유니폼에는 항상 특별한 메시지가 있다.


조용준 스포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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