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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지 않는 전공의, 환자 고통만 커진다… "반드시 의료계 책임 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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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지 않는 전공의, 환자 고통만 커진다… "반드시 의료계 책임 물어야"

입력
2024.05.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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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
"치료 지연 피해 2~3년 후 발현돼"
"정부 대처 미흡, 사태 키워" 지적
의료공백 장기적 영향 조사 요구도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가 1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아 ‘의료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께 드리는 감사 편지’를 전달하며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가 1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아 ‘의료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께 드리는 감사 편지’를 전달하며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27년 만에 의대 증원이 확정됐지만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은 28일로 100일째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의료공백으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의사도 정부도 병원도 아닌, 환자들이다. 환자들은 의사에게 생명을 맡겼다는 이유로 그간 묵묵히 고통을 참아 왔지만 이젠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토로한다. 의정 갈등 틈바구니에서 환자 목소리가 지워졌다는 비판도 거세다.

이달 중순 서울 목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사태가 100일이 되도록 아무것도 변한 게 없고 환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엄청난 무력감을 느낀다”며 “제발 돌아와 달라는 환자들의 간절한 호소가 의사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환자들은 현재 처지를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꼴’이라며 성토하고 있다. 전공의 집단 이탈, 의대 교수 휴진 등 의사 집단행동에 번번이 환자 목숨이 이용당한다는 분노도 최고조에 달했다. 김 대표는 “의사단체 성명서나 기자회견문을 봐도 환자에 대한 미안함은 찾아볼 수가 없다”며 “여론의 반감을 의식해서인지 ‘환자’라는 표현도 어느새 ‘국민’으로 슬그머니 바뀌어 있더라”고 꼬집었다. ‘의사를 악마화한다’는 의사계 주장에 대해서도 “의사가 느끼는 상처가 환자들이 입은 신체적·정신적 상처보다 더 큰지 되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2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진료실 모니터에 전문의 진료 관련 안내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진료실 모니터에 전문의 진료 관련 안내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김 대표는 사태가 장기화된 원인으로 정부의 우유부단한 대처를 꼽았다. 전공의 행정처분 보류, 사직서 수리 금지, 의대생 유급 방지책 마련 등 원칙 없는 유화책이 의사들에게는 집단행동을 계속하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는 것이다. 2000년 의약분업부터 2020년 의사 파업까지 의정 갈등을 반복적으로 겪고도 정부가 사태를 방기했다는 지적도 보탰다. 김 대표는 “이번 사태에 대해 반드시 의료계에 책임을 물어야 하고, 정부도 환자 보호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진료체계는 당초 예상보다 잘 유지되고 있다. 응급·중증환자 중심으로 의료전달체계가 정상화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긴 시간 투병하는 환자들의 희생은 가려져 있다. 올해 초 암 진단을 받았으나 4개월 넘게 수술은커녕 아무 치료도 받지 못한 환자 사례도 접수됐다고 한다. 김 대표는 “대형병원들이 신규 암환자를 받지 않는 탓에 환자들은 전국 중형병원들을 떠돌고 있고, 그나마도 수개월 기다려야 한다”며 “치료만 잘 받으면 수개월에서 수년간 더 살 수 있는 환자들이 무방비로 죽음을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의료공백이 장기적으로 환자 건강과 생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한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는 진단도 이어졌다. 김 대표는 “환자들은 언제 증상이 악화하거나 전이·재발할지 몰라 매 순간 피가 마르는 심정”이라며 “암투병 중 치료가 지연돼 발생한 진짜 심각한 피해는 2~3년 후에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정부와 의료계에서 갈등이 시작됐지만 정치, 언론, 시민사회, 심지어 환자들조차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가 공범”이라며 “환자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에 두고 이제는 사회 전체가 절체절명의 심정으로 사태를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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