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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로봇개가 현장 시찰·AR로 그리는 가상 설비…정유사 최초 스마트플랜트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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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로봇개가 현장 시찰·AR로 그리는 가상 설비…정유사 최초 스마트플랜트 가보니

입력
2024.05.26 09:00
수정
2024.05.26 09:2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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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정유·화학 복합단지 CLX
공장 설비 운영 위한 솔루션 자체 개발
1년 약 100억 원 이상 비용 개선 효과
"생산성·안전성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아"

울산 CLX의 공정 안전 확인을 위해 로봇개가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울산 CLX의 공정 안전 확인을 위해 로봇개가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23일 오후 울산 남구 SK이노베이션 정유·화학 복합단지 '울산콤플렉스(CLX)'에선 네 다리 로봇개 '행독'이 총총걸음으로 움직이며 각종 용기와 파이프들이 얽힌 철제 설비 사이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보통 중형견보다 작은 이 로봇개는 하루 6회, 한 번에 40~50분 동안 현장을 살핀다. 자동 이동 경로가 설정돼 있어 사람이 없어도 알아서 돌아다닌다. 특히 가스 감지기, 열 화상 카메라, 30배 이상 확대 가능한 줌 카메라 등으로 유해가스 감지, 누수 여부, 온도 등을 측정해 이상 상황이 감지되면 중앙관제시스템에 알려준다. 할 일을 마치면 충전 기능이 내장된 개집에 들어가 충전하며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집'을 지키는 개와 다르지 않다.

SK이노베이션의 계열사 SK에너지는 본래 사람이 하던 현장 순찰을 행독을 통해 보조받고 있다. 대규모 장치 산업인 정유업계에서 로봇개를 도입한 것은 최초다. 사람이 순찰하는 시간대 중간중간 로봇개를 투입해 현장을 더 촘촘하게 관리하고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설비들도 점검할 수 있다. 정창원 SK에너지 스마트플랜트추진팀장은 "낮 시간대 위주로 로봇개를 활용하지만 하반기부터 야간 시간대에도 투입 예정"이라며 "다른 공정에도 확대 적용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로봇개가 공정 안전 확인을 위해 현장을 시찰한 후 충전을 위해 개집으로 들어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로봇개가 공정 안전 확인을 위해 현장을 시찰한 후 충전을 위해 개집으로 들어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인공지능(AI)·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기술 동시 활용

SK에너지 관계자들이 AR 기술을 활용해 설비 현장에 설치할 비계 물량을 산정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SK에너지 관계자들이 AR 기술을 활용해 설비 현장에 설치할 비계 물량을 산정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석유∙화학업계 최초로 생산 현장에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기업이 디지털 역량을 활용해 외부 환경에서 획기적 변화를 추진하는 전략·DT)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플랜트'를 추진하고 있다. 생산성과 안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스마트플랜트 시스템이 도입된 분야는 크게 ①공정운전 ②설비관리 ③안전·보건·환경 분야다. SK이노베이션은 공정 자동 운전 프로그램을 적용해 반복 업무나 시작·정지 작업을 자동화했다. 누수나 유해 물질 감지 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드론을 날려 150m 높이의 설비를 검사하고 위험한 작업은 로봇으로 사고를 예방한다. 안전 작업을 위해 임시 가설물인 '비계'를 설치하기 전에는 증강현실(AR)로 현장 작업 시뮬레이션을 돌려 공간 활용도를 미리 잰다.

아울러 부지가 826만 ㎡에 달하는 울산 CLX 전체의 안전 모니터링 체계 구축을 추진 중이다. △모바일 기반 작업 허가 발급 시스템 △협력사 근로자 위치 관리 시스템 △밀폐 공간 실시간 가스 감지 시스템 △확장현실(XR) 안전교육 등을 활용해 현장 안전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위험 설비로 최대 경제성 확보"

정창훈 SK에너지 스마트플랜트 추진팀장이 23일 울산 CLX에서 스마트플랜트 2.0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울산=나주예 기자

정창훈 SK에너지 스마트플랜트 추진팀장이 23일 울산 CLX에서 스마트플랜트 2.0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울산=나주예 기자


SK이노베이션의 스마트플랜트는 보통 제조 기업들이 생산 과정에서 공정 자동화, 품질 분석·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스마트 팩토리' 기술과는 다르다. 스마트팩토리가 제품이 조립·생산되는 공간에서 같은 원재료로 균일 제품을 제때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스마트플랜트는 공정 설비를 이용해 원료에서 최대한의 경제성과 수율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 경유 등을 뽑아내야 하는 정유업에선 원료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SK 울산 CLX는 2016년 업계 최초로 스마트플랜트를 도입한 이후 생산·설비 관리 등에서 각종 데이터를 쌓고 자체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지난해부터는 7년 가까이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AI를 직접 개발 및 적용해 공정 자동 운전 프로그램, 설비 고장 예측 솔루션, 통합 안전 모니터링 체계 구축 등에 활용하고 있다. 회사 측은 자체 개발한 스마트플랜트 노하우를 통해 해마다 100억 원 이상을 아끼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자체적으로 만든 스마트플랜트 2.0 솔루션을 새로운 사업 모델로 키울 계획이다. 정 팀장은 "SK 울산CLX는 국내 최초로 스마트플랜트를 구축·운영한 만큼 최고 수준의 전문성과 기술을 갖추고 있다"며 "자동운전 플랜트 구축을 목표로 산업 현장에서 경쟁력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울산=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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