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 142주년
기념 방문… 금속활자본도 소장
처음 그려진 태극기 도안이 보관된 곳은 어디일까. 미국 의회도서관이다. 이곳에는 과거 미국인이 수집해 기증한 한국 관련 문화유산이 적지 않다.
조현동 주미한국대사는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 있는 미 의회도서관을 찾았다.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1882년 5월 22일) 142주년 기념 방문이었다.
조 대사는 한국계 앨리 김 사서의 안내를 받아 도서관이 소장한 한국 관련 유산과 자료를 둘러봤다. 첫 태극기 도안으로 추정되는 그림도 그중 하나였다.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 현장은 태극기가 등장한 한국의 첫 외교 무대로 알려져 있다. 당시 미국 대표 로버트 슈펠트 해군 제독이 기증한 해당 도안은 그가 그때까지 공인된 국기가 없던 조선 측에 요구해 만들어진 태극기를 보고 그렸으리라는 게 학계 추측이다. 2017년 이 도안이 발견되는 바람에 1882년 9월 수신사(구한말 외교 사절)로 일본에 파견된 박영효가 선상에서 처음 태극기를 그렸다는 기존 학설이 뒤집혔다.
“박영효의 태극기가 아니라 조약 체결 때 사용된 태극기 도안이 최초의 태극기라고 볼 수 있는 것이냐”라는 조 대사 질문에 김 사서는 “도안이 아주 작지만 외교 역사상 처음 쓰인 한국 태극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대답했다.
태극기 도안뿐만 아니다. 1927년 선교사 제임스 게일이 수집해 미국 의회도서관에 기증한 ‘게일 컬렉션’에는 15세기 제작된 것으로 짐작되는 금속활자본, 동국이상국집(1421년 인쇄본), 고려사 공민왕편(1451년 인쇄본) 등 가치 있는 한국 관련 사료가 포함돼 있었다.
특히 상자 안에 담겨 있다가 뒤늦게 발견된 60여 개의 금속활자본은 현재 연구에도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직지심체요절(금속활자로 인쇄된 책 중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책)과 서양 인쇄술의 아버지 구텐베르크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는 프로젝트가 도서관과 유네스코(세계 교육·과학·문화 보급과 교류를 위해 설립된 유엔 전문 기구) 간 협업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김 사서는 전했다.
한국의 흔적은 도서관 건물에서도 찾을 수 있다. 외벽을 장식한 33개의 인종별 두상군에는 조선시대 대감 모자를 쓴 한국인 두상도 섞여 있다. 조 대사는 “슈펠트의 태극기 도안이나 금속활자를 직접 보고 싶어 하는 우리 국민이나 미국 시민이 얼마나 많겠느냐”며 “서울에서 전시회를 하면 수백만 명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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