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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멸 수준" 지지율에 "조기 총선" 모험... 영국 수낵의 장대비 승부수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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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멸 수준" 지지율에 "조기 총선" 모험... 영국 수낵의 장대비 승부수 통할까

입력
2024.05.23 16:58
수정
2024.05.23 17:49
14면
0 0

7월 4일 조기 총선 전격 발표
보수당, 노동당에 20%p 열세
'깜짝' 경제 성과 내세웠지만
노동당, 절호의 정권 교체 기회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22일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앞에서 장대비를 맞으며 오는 7월 4일 조기 총선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런던=AP 뉴시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22일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앞에서 장대비를 맞으며 오는 7월 4일 조기 총선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런던=AP 뉴시스

"노동당에 지지율이 20%포인트나 뒤진 그는 정치적 도박을 감행하기로 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오는 7월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깜짝 발표한 것을 두고 2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이런 평가를 내놨다. 일러야 올가을쯤으로 예상됐던 총선이 당장 6주 앞으로 다가오자 현지 언론들은 일제히 수낵 총리가 지지율 열세 속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을 쏟아냈다. 지지율 우세를 업고 일찌감치 조기 총선을 요구해 온 노동당은 14년 만에 정권을 되찾겠다며 잔뜩 벼르고 있다.

-20%p 막막한 지지율에 모험 감행

수낵 총리는 이날 오후 5시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앞 연단에 섰다. 일기예보대로 장대비가 쏟아졌지만 우산 없이 연설에 나선 수낵 총리는 "오는 7월 4일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장대비에 양복 재킷이 흠뻑 젖은 그는 "영국이 미래를 선택할 순간"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수낵 총리는 이날 찰스 3세 국왕에게 의회 해산(5월 30일)을 요청했고, 국왕이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취임 1년 7개월 차 수낵의 조기 총선 카드는 '모험'이다. 애초 총선은 오는 10~11월이 유력했다. 그가 이끄는 집권 여당 보수당은 제1야당 노동당에 지지율이 20%포인트 넘게 뒤지고 있다. 이달 초 지방선거에서도 참패했다. 11개 직선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0곳이나 노동당에 내줬다. 지방의회 의석은 반토막(986석→ 513석) 났다. 지방선거를 전후로 보수당 하원의원 두 명이 노동당으로 이탈했을 정도다. 총리의 당내 리더십도 크게 흔들렸다.

경제 성과 앞세워 "늦을수록 불리" 판단

그럼에도 수낵 총리는 인플레이션 둔화 등 '반짝' 경제 성과를 앞세워 위험을 감수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실제로 지난달 영국 물가 상승률(2.3%)은 약 3년 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올 1분기 경제 성장률(0.6%)은 지난해 3, 4분기 역성장에 이어 플러스로 올라섰다.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이 조기 총선 발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보도도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보수당 관계자들을 인용해 "수낵 총리가 헌트 장관에게 자문을 구했고, 그들은 총선을 가을까지 기다린다고 해서 경제 사정이 지금보다 나아질 건 없다는 결론을 냈다"고 보도했다. 시간을 끈다고 유리할 것 없다는 판단이 조기 총선 결정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키어 스타머(맨 오른쪽) 영국 노동당 대표가 22일 런던 국회의사당에 들어서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키어 스타머(맨 오른쪽) 영국 노동당 대표가 22일 런던 국회의사당에 들어서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노동당 환영... 14년 만의 정권 교체 채비

하지만 보수당에 대한 영국 유권자의 불만이 워낙 거센 만큼 정권 교체는 불가피해 보인다. 보수당 조언자로 알려진 매튜 굿윈 영국 켄트대 교수는 보수당을 가리켜 "전멸 수준의 사건에 직면해 있다"며 "1997년 총선 때 (노동당 출신) 토니 블레어 전 총리한테 당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패배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당시 총선에서 보수당은 하원 650석 중 165석을 얻는 데 그쳤고, 당시 블레어 전 총리가 이끌던 노동당은 18년 만에 정권을 되찾았다.

14년 만에 정권 교체를 노리는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웃고 있다. 검찰 출신으로 2015년 정계 입문한 그는 이날 조기 총선 발표에 "이 나라가 기다려온 순간"이라며 정권 교체 의지를 다졌다.

노동당이 집권에 성공해 총리가 바뀔 경우 영국은 8년 사이 6명의 총리를 맞게 된다. 영국에서 이처럼 잦은 총리 교제는 1830년대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조아름 기자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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