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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먼저 내린다"... 금리 '각자도생', 고민 깊어진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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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먼저 내린다"... 금리 '각자도생', 고민 깊어진 한은

입력
2024.05.23 19: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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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인하 가능성 매우 높다"는 ECB
연준은 "인플레 위험 땐 추가 긴축 의향"
환율 걱정하는 한은... "미국 영향 고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4월 11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이사회 후 기자회견을 열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로이터 연합뉴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4월 11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이사회 후 기자회견을 열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신중론에도 유럽중앙은행(ECB)이 내달 금리를 낮추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미국과 글로벌 주요국 간 ‘통화정책 동조화’ 기조에 균열이 선명해지면서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유럽·신흥국 "이제는 인하" vs 연준 "추가 긴축 의향도"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21일(현지시간) 아일랜드 RTE One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고 있다고 확신한다”며 “지표가 중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2% 달성 확신을 강화한다면 다음 달 6일 (금리 인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실제 유로존은 물가 목표 달성에 상당 부분 근접했다는 평가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2.4%, 근원물가 상승률은 2.7%로 나란히 2%대를 기록했다. 이에 시장에선 ECB가 6월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시작으로 추가 완화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분위기는 유럽과 사뭇 다르다. 22일 공개된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위원들은 물가 상승 둔화에 진전이 보이지 않는다며 “물가가 2%로 지속적으로 향한다는 더 큰 확신을 얻기까지 시간이 예상보다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다양한(Various) 참석 위원은 “인플레이션 위험이 현실화할 경우 추가 긴축을 할 의향이 있다”는 언급까지 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은 연준이 이르면 9월, 혹은 그 이후에나 첫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본다.

올해 각국 기준금리 조정 현황. 그래픽=송정근 기자

올해 각국 기준금리 조정 현황. 그래픽=송정근 기자

유로존 금리 인하가 현실화할 경우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각자도생’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11개국은 자국 경제 상황을 고려해 미국보다 한 발 먼저 금리를 내린 상태다. 물가 상승률이 1%대로 낮아진 스위스는 3월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로 인하했고, 스웨덴은 경기 부담에 지난달 금리를 4%에서 3.75%로 낮췄다. 주요국보다 먼저 금리 인상을 시작한 칠레, 브라질, 멕시코 등 신흥국도 저성장 타개를 위한 금리 되돌림 행렬에 속속 동참했다.

이창용 "기계적 동조는 아니지만..."

5월까지 열한 차례 기준금리를 동결한 한은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보고서에서 “내수 파급 시차를 감안해 선제적 통화정책을 수행해야 한다”고 공개 조언하는 등 발 빠른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반대로 한미 금리차가 역대 최대인 2%포인트로 벌어진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를 내리면 환율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23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과 금리 차별화를 묻는 질문에 속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 이유다. 이 총재는 “기계적으로 미국을 따라간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미국 통화정책 변화가 환율시장과 자본 이동성에 주는 영향, 국내 시장과 물가 영향을 고민하며 통화정책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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