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경찰 무혐의 처분 규탄 기자회견
"악성 민원 드러났는데 왜?" 재수사 촉구
경기교사노조도 "교권침해가 분명" 비판
학부모 민원 등에 시달리다 숨진 경기 의정부 호원초등학교 이영승 교사 사건과 관련해 고소된 학부모와 학교 관계자 모두를 경찰이 무혐의 처분하자 교원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23일 의정부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은 교육 현장의 상황 맥락과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명시적인 강요 등이 없었다는 이유로 악성 민원인의 행위를 ‘혐의 없음’으로 결론 냈다”며 “부실한 수사 결과다”고 전면 재수사를 촉구했다.
이어 “경기교육청 감사와 교육청 교권보호위원회 심의 결과 이 교사에 대한 심각한 교육활동 침해 행위가 밝혀졌다”며 “피해 교사가 일부 악성 민원인에게 과도하게 지속적으로 자녀 치료비 제공 및 부당한 출결 처리 요구에 시달린 사실이 드러났는데, 수사 결과는 실망스럽다”고 직격했다. 이 교사 죽음을 단순 추락사로 처리했던 전·현직 학교 관리자 등에 대한 수사 결과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했다. 이들은 “해당 학교 관리자 등 관계자가 피해 교사의 사망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정황이 있었는데도 밝혀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이날 재수사 촉구 신청서를 경찰서에 제출했다. 재수사를 촉구하는 서명에는 1만 명 넘는 시민, 교사들이 참여했다는 게 전교조 설명이다.
경기교사노동조합도 경찰에 재수사를 촉구하며 조만간 집단 행동에 나설 방침이다. 김희정 경기교사노조 대변인은 “이 교사의 죽음은 학부모의 지속적인 협박과 과도한 민원, 학교 관리자의 방관 등 다양한 교육활동침해 행위에 의한 사망사건이다”며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는 게 경찰의 결론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훈지 경기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도 전날 입장문을 통해 “이 교사는 지난해 10월 교육활동 침해로 인한 업무상 재해가 인정돼 인사혁신처에서 순직자로 결정했다”며 “안타까운 피해자는 있는데 단죄할 가해자는 없다는 결과에 대해 학교 현장은 받아들이기도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 교사는 2016년 호원초 부임 후 6학년 담임을 맡았으며, 수업 중 한 학생이 ‘페트병 자르기’를 하다 손을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이 교사는 해당 학생의 학부모 A씨 등 3명으로부터 수백 건의 문자 폭탄을 받았다. 특히 이 교사는 A씨에게 치료비 명목으로 매월 50만 원씩 모두 500만 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사는 2021년 12월 숨진 채 발견됐다. 학교 측은 이 교사 사망 후 학부모의 교육활동 침해가 있었다는 걸 인지하고도 교육지원청에 ‘단순 추락사’로 보고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다시 공론화됐고, 경기교육청이 감사를 벌여 ‘이 교사가 학부모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업무방해 혐의로 A씨 등 3명에 대해 수사 의뢰했다. 이 교사 유가족들도 같은 해 10월 A씨 등 3명을 강요 등의 혐의로, 호원초 전·현직 교장 등 5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각각 고소했다.
그러나 경찰은 전날 업무방해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공갈 등) 혐의로 고소된 학부모 A씨 등 3명과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된 호원초교 전·현직 교장 등 학교 관계자 5명 등 모두 8명에 대해 혐의점을 찾을 수 없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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