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타일 깨지고 냉장고 기울어지고
기숙사 건물 곳곳서 심상찮은 조짐이
학교 "시·지자체 점검 결과 '타일 들뜸'"
"무서워서 살 수가 없어요. 일단 짐부터 챙겨 나왔어요"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기숙사 우정원 앞.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인 이 건물 앞에서 1시간 만에 서너 명의 학생들이 짐을 챙겨 빠져나왔다. 파란색 대형 비닐 가방을 오른쪽 어깨에 메고 나온 재학생 A(21)씨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아침에 기숙사 붕괴 위험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나머지 룸메이트 두 명도 본가나 친척집으로 떠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경기 용인시에서 통학할 계획이라는 그는 "먼 지방에 사는 친구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호텔에 임시 숙소를 구했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연세대 기숙사에서 심상찮은 조짐들이 이어지면서 학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기숙사 공용 주방의 바닥 타일이 들떠 있는가하면, 바닥이 기울어져 냉장고가 기우뚱하는 현상도 발견됐다. 학생들은 불안해서 못 살겠다며 기숙사를 떠나는 중이고,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데리러 기숙사로 몰리고 있다.
사고 우려에 기숙사 나오는 학생들
기숙사 학생들은 안전 사고를 우려하며 혹시 모를 위험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재학생 인증을 통해서만 접속 가능한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안전 관련해선 주의하고 또 주의해도 모자라다고 생각한다" "정밀검사 전까지 같이 지낼 학생 쪽지 주세요" 등의 댓글·게시글이 올라왔다. 기숙사에서 나온 서모(21)씨는 "주변 친구들이 다 나가고 부모님도 통학을 권유해 우선 나왔다"며 "학교 측에서 검사한 뒤 안전하다는 게 확실해지면 돌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발을 동동 굴렀다. 이날 딸이 걱정돼 짐을 챙기러 온 김대영(48)씨는 "당장 내일부터 딸이 대중교통으로 편도 2시간을 통학해야 한다"며 "소문을 듣고 무서워하길래 우선 짐을 빼러 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부모로서 굉장히 답답한 심정"이라면서 "학교 측에서 신속히 조치를 취해주길 바란다"고 토로했다.
학생들의 우려가 높은 건 대형 사고를 여러 차례 목격하며 자란 세대이기 때문이다. 기숙사 앞에서 만난 김찬욱(23)씨는 "현장에 가보니까 타일이 들어 올려져 있더라"며 "아무래도 저희가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 등 대형사고를 직접 보고 겪은 세대다 보니 안전에 대한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붕괴 전조?... "정밀진단 시행해야"
학교 측은 건물 붕괴 우려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연세대 측은 "20일 오후 서울시 및 서대문구청 관계자와의 합동 점검 결과 외관상 슬라브, 보, 기둥에서 균열 등의 구조적인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단순 바닥 마감재 부착 상태 불량으로, 건물 안전을 우려할 정황은 없다고 판단됐다"고 밝혔다. 다만 "시와 지자체가 학교에서 계획 중인 '전문기관을 통한 안전점검'을 권고해 외부 건물 기울기 등 전체 건물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총학생회는 온라인 신고 창구를 통해 안전 문제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으며 "학우들의 우려가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본 사안을 최우선으로 두고 지속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꼼꼼한 진단이 실시돼야 한다고 봤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은 "외견상으로는 붕괴 전조 현상인지 확인이 어렵다"면서 "전자기파를 이용하는 비파괴 검사기를 통해 내부 두께나 균열 여부 등을 정밀하게 진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그는 "붕괴 위험이 없다고 하더라도 냉장고 등 주변 가구들이 쓰러지면서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다칠 위험이 있다"며 혹시 모를 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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