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총 쥐고 문 연 흑인에게 곧바로 총격
"흑인 공격 면죄부" vs "보호 수단"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법 갑론을박
미국에서 한 흑인 병사가 총을 손에 든 채 자택 문을 열었다가 곧바로 이어진 경찰 총격에 숨지면서 과잉진압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신변 위협을 느껴 가한 총격을 정당방위로 인정하는 미국의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Stand Your Ground)' 법이 다시금 도마에 올랐다.
15일(현지시간) AP통신은 "한 흑인 공군 병사의 죽음으로 인종과 총기 권리에 대한 논쟁이 촉발됐다"고 전했다. 미 공군 상병 로저 포슨(23) 이야기다.
앞서 미국 뉴욕타임스 등은 플로리다주(州)에 거주하던 포슨이 지난 3일 주 보안관의 총격으로 숨졌다고 전했다. 플로리다 오칼루사 카운티 보안관실에 따르면, 당시 가정 내 소란 신고가 접수돼 보안관이 출동했다. 공개된 보디캠 영상에서 그는 보안관실에서 왔다고 외치며 문을 두드렸고, 포슨은 손에 든 권총을 땅을 향해 내린 채 문을 열었다. 보안관은 문이 열린 즉시 포슨을 향해 수차례 총격을 가했고, 포슨이 총에 맞은 뒤에야 "총을 떨어뜨려라"라고 소리쳤다. 포슨 측 벤 크럼프 변호사는 이때 포슨이 총에 6발 맞았다고 밝혔다. 포슨은 결국 사망했다.
'위협 느껴 총을 쏜 경우 살인 혐의 면제' 법 논란
포슨 유족 측은 포슨이 당시 여자친구와 영상통화 중이어서 상황을 안다며, 그는 사건 발생 전 약 30분간 집에서 혼자 비디오 게임을 했으며 소란은 없었다고 항변했다. 왜 총격 전에 경고하지 않았냐고 분노하기도 했다. 반면 보안관실 측은 신고자가 지목한 집으로 정확히 출동했으며, 총을 든 포슨에게 위협을 느껴 총격을 가한 것이므로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미국에선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 법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금 점화했다고 AP는 설명했다. 미국 약 30개주가 채택하고 있는 이 법은 주마다 세부사항이 조금씩 다른데, 플로리다에서는 자신 또는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거나 죽음을 야기할 수 있는 위협을 느껴 총격을 가한 경우 살인 혐의가 면제된다.
이 법은 흑인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을 방어하는 근거로 자주 쓰여 비판받아 왔다. 이번에도 보안관 측은 총을 든 포슨에 위협을 느꼈다며 총격을 정당화하려 했다. 그런데 포슨 측도 같은 법을 근거로 총기를 들고 있던 포슨을 감싸면서 논의가 다르게 흘러갔다. 크럼프 변호사는 "(총기 소지권을 규정한) 수정헌법 2조는 포슨에게 총을 소유하고, 문 반대편에 누가 있는지 확신할 수 없을 때 보호 수단으로 휘두를 권리를 부여했다"고 했다. 포슨의 총기 소지를 두둔하기 위해 '위협을 느끼면 총을 쏠 수 있다'는 해당 법의 취지를 옹호한 셈이다.
"무장한 흑인 모두를 위협으로 간주"... 문제는 인종 편견
그러나 전미흑인총기협회(NAAGA)의 남동부 지역 이사 대니얼 캠벨은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 법을 지지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캠벨 이사는 "무장한 유색인종이 경찰과 부딪히면 우리는 자동으로 위협으로 간주된다"며 이 법이 모든 흑인 총기 소유자를 위험에 몰아넣는다고 AP에 말했다. 플로리다 형사변호사협회 마이애미 지부의 로렌 크래스노프 회장도 "그 법이 유색인종에 대한 검과 방패로 쓰인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비극을 야기한 근본 원인은 법이 아닌 '인종적 편견'이라는 비판도 있다. 미 흑인 인권 단체 '흑인 생명을 위한 운동'의 언론 담당자 첼시 풀러는 포슨의 죽음을 해당 법보다는 사람들이 "흑인을 보면 쏜다(see Black and then shoot)"는 것, 즉 흑인을 위험한 존재로 간주하는 인종적 편견에 관한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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