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종합병원협의회 "3000명 증원, 해외의사 활용"… 병원·의사 '엇갈린 이해관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종합병원협의회 "3000명 증원, 해외의사 활용"… 병원·의사 '엇갈린 이해관계'

입력
2024.05.14 18:30
8면
0 0

종합병원, 지역의료·필수의료 중추
전문의 배출기간 단축방안 등 제안
의협 회장, 종합병원단체 좌표 찍기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월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4년 제1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내년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 결정됐다. 왕태석 선임기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월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4년 제1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내년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 결정됐다. 왕태석 선임기자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담당하는 종합병원 단체가 의대 신입생을 매해 3,000명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장 부족한 의사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해외 의사면허 소지자를 도입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의사계 내부에 의대 증원에 대한 견해차가 있고, 특히 병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의사 부족 문제를 그만큼 심각하게 느낀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일부 의사들은 온라인상에서 단체 임원과 소속 병원을 공격해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대한종합병원협의회는 올해 1월 의대 증원 적정 규모를 묻는 정부 공문에 ‘매년 3,000명씩 5년간 1만5,000명 증원’이 필요하다는 회신을 보냈다. 구체적으로 △의대생은 매년 1,500명씩 10년간 △의학전문대학원생은 1,000명씩 5년간 △해외 의대 졸업생은 500명씩 5년간 각각 증원하는 방안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5년간 2,000명씩 2035년 1만 명 증원’보다 큰 규모다.

종합병원협의회는 의대생이 의사 면허 취득 후 전문의가 되기까지 10년이 걸리는 만큼 시급한 의료 공백을 메우는 정책부터 우선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①당장 인턴 수련이 가능한 해외 의사를 활용하고 ②예과 2년 과정이 없는 의전원 정원을 확대해 전문의 배출 기간을 단축하면서 ③장기적으로 의대 정원을 확대해 안정적으로 의사를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인구 감소 등을 고려해 5년 주기로 의사 수급 계획을 수정하자는 의견도 담겼다.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14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한 직원이 휠체어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14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한 직원이 휠체어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종합병원협의회가 파격에 가까운 제안을 한 이유는 구인난과 경영난이다. 상급종합병원에 환자들이 몰려 종합병원들이 고사 위기에 내몰린 상황에서, 필수의료 의사 부족으로 의사 인건비가 급증하면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종합병원은 100개 이상 병상과 7개 또는 9개 이상 진료과목, 각 과목 전문의를 갖춘 의료기관으로, 중증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등 필수의료·지역의료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비수도권 종합병원 A원장은 “대형병원이 경증환자까지 싹쓸이하면서 대학병원 타이틀을 달지 않은 지역 종합병원들은 존폐를 걱정하고 있다”며 “우리 병원만 해도 올해 150억 원 적자가 예상된다”고 토로했다. 의사단체는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지역에선 의사가 없어 의사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A원장은 “얼마 전 의사 연봉이 3억 원이라는 얘기에 의사단체가 거세게 반발했는데, 우리는 3억 원으로 의사를 구할 수만 있어도 정말 감사하겠다”며 “심장수술, 뇌수술하는 필수의료 의사는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할 정도로 구인난이 심각하다”고 했다.

종합병원협의회 공문은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을 담당한 서울고법에 정부 측 자료로 제출됐고, 자료 접근 권한이 있는 의료계 측 변호사가 언론에 통째로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의대 증원 백지화를 주장하는 의사단체와는 정반대 견해라서 특히 더 주목받았다. 종합병원협의회는 전국 40~50개 종합병원 병원장과 이사장, 설립자 등이 소속된 단체로 지난해 8월 창립됐다.

14일 서울 시내의 대형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뉴스1

14일 서울 시내의 대형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뉴스1

공문이 공개된 후 의사 커뮤니티에는 종합병원협의회 회장, 부회장, 고문 등 임원 이름과 소속 병원 등 신상 정보가 퍼졌고 이른바 ‘좌표 찍기’ 공격이 시작됐다. 종합병원협의회가 비교적 최근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대표성을 폄훼하는 게시물도 올라왔다. 특히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페이스북에 협의회 회장이 운영하는 병원을 직접 거론하면서 “의료법,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법, 의료사고, 근로기준법 위반, 조세포탈, 리베이트, 기구상 수술 등 사례를 대한의사협회에 제보해 주시기 바란다”는 글까지 올렸다. 또 “돈 없어서 치료 못 받는 취약계층은 모두 OOOO(협의회 회장 병원)으로 보내주시기 바란다”며 “의료인으로서 할 수 있는 최고의 봉사라 생각하신다고 한다. 원장님 그분의 꿈을 이루어 드리자”고 비꼬았다.

A원장은 “어느 분야든 어느 단체든 다양한 입장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의사계는 다른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며 “사회적 존경을 받는 지도층이자 최고 지성을 자부하는 의사들이 좌표 찍기 공격을 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도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의사단체에서 의대 증원 찬성 의견을 낸 인사들을 공격하고 압박하는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며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압박 공격하는 일부 관행은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