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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고령 보도연맹' 희생자 유족에 32억 국가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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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고령 보도연맹' 희생자 유족에 32억 국가배상

입력
2024.05.1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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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박탈감과 경제적 빈곤 고통"
국가 측 소멸시효 완성 주장 배척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한국일보 자료사진

6·25전쟁 당시 군인과 경찰에 살해 당한 경북 고령군의 국민보도연맹 희생자 유족 81명에게, 국가가 31억9,000여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국민보도연맹은 이승만 정부가 전쟁 전인 1949년 4월 "좌익 전향자를 계몽·지도하겠다"며 만든 관변단체인데, 전쟁 발발 직후 전국에서 수만 명의 보도연맹원이 군경에 살해당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부장 이승원)는 A씨 등 81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명당 적게는 381만 원, 많게는 1억7,500만 원까지 총 31억 9,0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10일 판결했다.

이 사건 원고들은 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8월 고령 일대에서 군인과 경찰에 희생된 비무장 민간인 27명의 유족이다. 보도연맹은 좌익에서 전향한 이들을 관리할 목적으로 설립됐지만, 일반 국민들도 대거 편입됐다. 개인 의사와 상관없이 들어오거나 꼬임에 넘어가 가입하는 일도 있었다. 고령군에 거주했던 보도연맹원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예비검속(범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미리 구금)됐고, 7월과 8월 집단살해됐다. 2022년 9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는 이 사건 희생자 34명을 희생자로 인정했다.

재판의 쟁점은 소멸시효였다. 민법 등에 따르면,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불법행위가 있던 날부터 5년, 혹은 피해자가 손해나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청구할 수 없다. 정부는 해당 조항을 근거로 "유족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정부 측 주장을 물리치고 유족의 청구권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손해 발생 및 가해자를 안 날은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일이 아닌 진실규명결정 통지서를 송달받은 날"이라면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위자료 액수를 사망자에 대해선 1억 원, 그 배우자에 대해선 5,000만 원, 부모와 자녀에 대해선 1,000만 원 등으로 책정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유족들이 겪었을 어려움을 감안한 액수다. 재판부는 "국가의 불법행위로 유족들은 가족을 잃은 박탈감, 가족의 해체와 재구성, 경제적 빈곤과 대물림 등 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그 점을 참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한국전쟁이라는 국가 존망의 위급 시기에 사회적 혼란이 야기된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상황의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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