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 재정자립도 2014년 이후 최저치
"정부 감세정책 영향, 지자체 대응 수단 없어"
#인천 부평구는 올해 민원을 신청한 주민들에게 접수 사실을 문자메시지로 알려주는 사업 예산을 1년이 아닌 11개월 치만 편성했다. 행정 최일선에 있는 동 행정복지센터(옛 주민센터) 운영비도 동결했다. 인천 자치구 가운데 부평구와 사회복지 분야 예산 지출 규모 1, 2위를 다투는 남동구 역시 대학생들에게 행정체험 기회를 주는 아르바이트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청사 지하주차장의 조명 교체 예산도 2년째 한 푼도 반영하지 못했다.
#경기도 북부청사가 있는 의정부시는 올해 24세 청년에게 연 100만 원을 주는 청년기본소득과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지원, 입영지원금 등 일부 복지사업을 전면 중단했다. 내년 인구 100만 특례시 출범을 앞둔 화성시도 시장과 간부 공무원이 시정 관련 주민간담회 등을 여는 데 쓰는 시책 업무추진비를 작년 대비 8% 삭감했다.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교부세 축소·세수 감소·매칭 예산 증가라는 '3중고'에 허리띠를 더 졸라매면서 그 여파가 시민들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매칭 예산은 정부와 광역단체가 추진하는 복지사업에 기초단체가 일정 부분 돈을 투입하는 사업을 말한다.
22일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 '지방재정365'에 따르면 올해 인천시와 10개 구·군의 재정자립도는 49.6%로 나타났다. 2022년(52.77%), 2023년(52.43%)의 하락세가 계속된 가운데 세입 항목 개편이 이뤄진 2014년 이후 처음 50% 아래로 떨어졌다. 경기도와 31개 시·군 재정자립도도 55.09%로 60% 선이 무너지며 201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2021년 57.29%과 비교해서도 2.2%포인트 낮다. 재정자립도는 지자체 스스로 살림을 꾸릴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100%에 가까울수록 자립력이 좋은 것을 의미한다. 일반회계 세입 중 지방세·세외수입 비율로 측정한다.
지자체들은 살림살이가 어려워진 이유로 정부의 감세 정책을 첫손에 꼽았다. 감세로 국세 수입이 줄면서 정부와 시·도가 주는 지방교부세와 조정교부금이 함께 감소했다는 것이다. 지자체는 국세의 19.24%를 교부세로 받는데, 지난해 국세는 예상(400조5,000억 원)보다 56조4,000억 원이 덜 걷혔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지난해 국세 감소로 지자체에 주는 교부세가 10조 원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했다. 또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시 가격 하락에 세제 개편이 맞물리면서 지방세도 타격을 받았다. 실제 인구가 50만 명 수준인 한 수도권 기초단체는 올해 부동산 교부세가 200억 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90억 원 가까이 줄었고 지방세도 70억 원 넘게 감소했다.
반면 매칭 사업 예산은 해마다 늘고 있다. 인천시의 경우 아이가 태어나면 18세까지 총 1억 원을 지원하는 출생 정책을 올해 도입하면서 최대 수십억 원까지 추가 부담해야 하는 기초단체들의 재정은 더 빠듯해졌다. 수도권 한 자치구 관계자는 "정부가 (세금 부과의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을 조정하면서 재산세 등 수입이 항목당 많게는 30%까지 줄어 각종 구 사업 추진을 위한 가용재원이 '0'인 상황"이라며 "전체 예산의 70% 가까이를 차지하는 복지사업은 대부분이 매칭 사업으로, 많게는 50%까지 우리가 비용을 부담하는데, 공은 정부나 광역단체가 다 가져간다"고 지적했다.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올해도 세수 결손으로 교부세 감소가 이어질 경우 지자체에서 대응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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