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주택 시장 동반 침체
미 고금리에 중 리스크 겹쳐
"글로벌 기업, 한국으로 턴"
세계에서 가장 비싼 부동산으로 이름났던 홍콩에 부동산 빙하기가 몰아닥쳤다. 초고층 빌딩엔 공실이 넘치고 주택 가격도 급락하고 있다. 미국발(發) 고금리 장기화에 '중국 리스크'까지 맞물린 탓이다. 한국과 베트남 등으로 옮겨간 수요가 이 지역 부동산 가격을 밀어 올릴 거란 전망이 나온다.
고금리에 주택 미분양도 급증
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홍콩의 부동산 침체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 한파가 심상치 않다. 홍콩 센트럴의 41층짜리 '청콩센터II'는 올해 완공을 앞뒀지만 3월 기준 입주가 확정된 비율이 10%에 그쳤다. 홍콩의 4대 부동산 기업인 헨더슨 부동산 개발이 관리하는 36층짜리 신축빌딩 '더 헨더슨'도 센트럴 지역의 새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조만간 개관을 앞두고 공실률이 약 40%에 달한다.
홍콩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2019년 정점을 찍고 내리막이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홍콩 전역의 주요 사무실 임대료는 2019년 최고치를 찍은 뒤 현재까지 40% 하락했다. 주택 시장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분양이 급증하면서 주택 가격은 2021년 최고치 대비 약 25%가량 떨어졌다. 가파른 주택 가격 하락세에 홍콩 당국은 지난 2월 외국인에게 물리던 15%의 인지세 폐지 등을 골자로 한 부동산 부양책을 꺼내들었다.
천하의 홍콩 부동산이 꺾인 것은 고금리 때문이다. 홍콩 부동산 가격은 2010년 이후 저금리를 발판 삼아 본격적으로 급등했다. 부동산 중개업체 센터라인에 따르면 2003년 이후 금리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직전인 2021년까지 홍콩 주택 가격 상승률은 500%에 이른다. 코로나19 팬데믹 후 전 세계를 덮친 고금리가 거품을 꺼뜨렸다. 투자은행 나틱시스의 게리 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T에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5%인 마당에, 기껏해야 수익률 3%인 부동산을 누가 사겠냐"고 지적했다.
'탈중국' 글로벌 기업들이 서울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발 리스크'까지 불거졌다. 홍콩에 대한 중국의 통제 강화로 다국적 기업들이 대거 홍콩에서 철수하고 있는 데다 중국 본토 경제까지 부진의 늪에 빠져, 홍콩은 더 이상 기업에 매력적인 나라가 아니게 됐다. FT는 "가뜩이나 비용 절감을 모색하는 다국적 기업으로선 홍콩 내 사업을 재고하는 실정"이라며 "중국 경제가 꺾이면서 부유한 중국 개인 사업가와 기업들도 홍콩 투자를 접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콩 부동산 침체가 서울의 사무실 임대료를 밀어올릴 거란 예상도 있다. 미 블룸버그 통신은 "아시아 상업용 부동산 호황을 주도했던 홍콩과 중국의 침체로 다국적 기업의 시선은 인도, 베트남, 한국으로 옮겨졌다"며 "이들 국가에 기업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까지 상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서울의 경우 올해만 상업용 부동산 임대료가 5% 넘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재개발 및 재건축 차질로 인한 공급 부족이 배경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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