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등 동유럽과의 연대 재확인 '성과'
방중 예정 푸틴에 영향력 발휘 요구 '부담'
프랑스, 세르비아, 헝가리로 이어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유럽 순방 일정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유럽 속 친(親)중국 세력의 결집을 보여줬지만 한편으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상대로 우크라이나 평화 중재에 나서야 하는 외교적 부담도 안게 됐다.
9일(현지시간)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5일부터 프랑스, 세르비아를 차례로 방문한 시 주석은 마지막 순방국인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8일 도착했다. 도착 직후 공개된 헝가리 매체 머저르 넴제트 기고문에서 시 주석은 "우리는 불안한 국제관계 속에서 함께 고난을 겪었고 강대국 정치에 저항했다"며 "또한 주권국들이 주체적으로 다른 나라들과 우호적인 교류를 할 수 있는 각자의 길을 찾았다"고 밝혔다.
헝가리는 시 주석 전용기에 2대의 전투기를 동원해 호위 비행을 실시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부부가 직접 공항에 나와 영접하는 등 시 주석을 극진하게 대우했다.
"시진핑, 유럽의 배신자들과 포옹"
시 주석은 앞서 방문한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선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과 8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를 심화·격상키로 했다. 시 주석의 이번 방문을 통해 양국은 첨단기술 분야를 포함한 29개 경제협력 협정도 체결했다.
세르비아와 헝가리는 중국이 주도하는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는 등 중국 압박 필요성을 공유하는 대다수 유럽 국가와는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 시 주석으로선 이번 순방에서 서방 내 우군의 존재를 과시할 수 있었던 셈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시 주석을 환대한 세르비아·헝가리는 유럽에서 중국·러시아를 가장 많이 포용하고 미국 주도 세계 질서에 도전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시 주석은 유럽의 배신자(renegade)들과 포옹을 즐겼다"고도 보도했다.
동시에 시 주석은 곧 베이징을 방문할 푸틴 대통령을 상대로 휴전에 나서라고 설득해야 하는 외교적 부담도 떠안았다. 첫 순방국인 프랑스 파리에서 6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시 주석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중국은 프랑스와 함께 파리 올림픽(7~8월)을 계기로 전 세계에 적대행위를 중단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또한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에 어떤 무기 판매를 자제하고 이중용도 품목 수출을 엄격히 통제하겠다는 중국의 약속을 환영한다"고도 밝혔다.
"푸틴 설득 약속은 했지만...제스처 그칠 듯"
7일 취임식을 통해 5연임 가도에 들어선 푸틴 대통령은 15일쯤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순방에서 '러시아 휴전 설득'을 공언한 시 주석으로선 미국 견제를 위한 가장 중요한 파트너인 러시아와의 '무제한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러시아를 압박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반면 중국의 러시아 설득은 제스처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두 종신 집권 지도자 간 결속 강화 목적이 큰 만큼 휴전 논의는 깊게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독일 소재 싱크탱크인 메르카르도 중국학연구소의 헬레나 레가르다 수석연구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전쟁 내내 중러 간 무역은 러시아의 생명줄이었고 중국은 모스크바에 압력을 가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며 "이 전쟁을 어떻게 끝내야 할지에 대한 양국 간 공감대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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