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을 하부 조직처럼 보는 듯한 尹 인식이 원인"
"다양성 잃은 종이 진화 과정서 도태" 지적
"공천은 끝났다" 당정관계 역전 예상 시각도
"우리 당은 친윤과 친친윤, 친윤하고 친해지고 싶은 사람 뿐이다."
권영진 국민의힘 대구 달서병 당선자
국민의힘 내부에서 나오는 자조의 목소리다.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에 덩달아 갇히면서 총선 참패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집권 여당은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면서도 필요하면 직언을 해야 하지만,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2년간 대통령 눈치를 보는 데 급급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당을 하부 조직처럼 보는 듯한 尹 인식이 원인"
우선, 당을 하부 조직으로 여기는 듯한 윤 대통령의 시각이 원인으로 꼽힌다. 총선을 앞둔 올 1월 한동훈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국민 눈높이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가 사퇴를 종용당하는 지경으로 몰렸다. 선거 구원투수로 등판한 당대표(비대위원장)를 몰아내는 건 상식 밖이다. 앞서 2022년 7월에는 윤 대통령이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내부 총질이나 하던 (이준석)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 당의 중징계 결정에 개입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과잉 충성'을 이유로 들기도 한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친윤석열계 초선 의원 수십 명은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를 막기 위해 연판장을 돌렸다. 윤 대통령과 껄끄러운 나 전 의원을 주저앉히고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과 손잡은 김기현 의원을 당선시키기 위한 포석이었다. 한 초선 당선자는 7일 "바람이 불기도 전에 먼저 눕는 풀이나 다름없었다"고 회고했다.
윤핵관 의원들이 대통령 의중을 앞세워 '자기 정치'를 했다는 시각도 있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수직적 당정관계 해소 방안을 묻는 질문에 “당과는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등) 공식 루트를 통해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라고 답했는데, 윤핵관을 통한 기존의 간접소통 방식을 경계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다양성 잃은 종이 진화 과정서 도태" 지적
윤 대통령과 한 몸으로 인식된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패배하자 정치권에선 "다양성을 잃은 종(種)이 진화과정에서 도태되는 모습을 보는 듯하다"는 평가마저 나왔다.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지 못한 국민의힘은 급기야 지난달 29일 윤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에서 철저히 배제되는 치욕을 겪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 양극화가 심해지며 진영 내에서는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다 보니 당정 간 이견이 용납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여당 의원들은 대통령 임명직이 아니고 대통령과 별도의 선거로 뽑힌 또 하나의 국민 대표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박근혜 대표나, DJP연합에서의 김종필 총재와 같은 역할을 해줄 사람이 국민의힘에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천은 끝났다" 당정관계 역전 예상하는 시각도
다만 문제로 지적된 수직적 당정관계가 4·10 총선 공천을 받기 전까지만 유효했다는 평가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다음 총선은 대선(2027년 3월) 1년 뒤인 2028년 4월 실시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새 대통령 임기 초인 허니문 기간에 총선이 치러지는 만큼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선을 위해 먼저 대선 승리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윤 대통령이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앞으로 친윤계 등 계파는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선이 가까워지면 당이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하는 등 당정관계가 180도 역전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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