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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생들, 왜 들고 일어섰나… “가자지구 넘어 글로벌 정의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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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생들, 왜 들고 일어섰나… “가자지구 넘어 글로벌 정의의 문제”

입력
2024.05.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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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시위대 인터뷰 통해 ‘시위 동력’ 분석
“인종차별·기후변화 등 중층적 모순에 항의”
반유대주의 부정... “글로벌 권력 구조 비판”
경찰 투입·충돌 지속... 2주간 1300여명 체포
미 하원 ‘반유대주의 개념 확장’ 법안 가결도

가자지구 전쟁에 반대하는 미국 위스콘신대 학생 시위대가 1일 위스콘신주 매디슨에 위치한 학교 캠퍼스 내에서 경찰 진압조와 대치하고 있다. 매디슨=AP 연합뉴스

가자지구 전쟁에 반대하는 미국 위스콘신대 학생 시위대가 1일 위스콘신주 매디슨에 위치한 학교 캠퍼스 내에서 경찰 진압조와 대치하고 있다. 매디슨=AP 연합뉴스

“단지 가자지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생들은 전 지구적 투쟁과의 연관성을 보고 있다.”

미국 전역의 대학교 캠퍼스에서 들불처럼 번지는 반전 시위에 대한 미 뉴욕타임스(NYT)의 분석이다.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주민 대량 학살, 미국 정부의 이스라엘 지지 정책이 대학생들의 분노를 촉발한 것은 자명하지만, 이번 시위 성격을 ‘반(反)이스라엘·친(親)팔레스타인’으로 뭉뚱그릴 수는 없다는 얘기다. 신문은 시위 현장에서 만난 대학생 수십 명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1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했다.


"가 보지도 않은 나라 전쟁, 그래도 우리의 문제"

NYT에 따르면 가자 전쟁에서 미국 대학생 시위대는 ‘모순의 중층성’을 확인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충돌만이 아니라, △치안·감시 △원주민 학대 △인종차별 △기후변화 등 다양한 이슈의 모순들이 겹쳐 있다는 인식이다. 신문은 “대부분은 가 보지도 않은 곳의 전쟁인 데다 (지난해 10월 개전 후) 가자 주민 3만4,000명의 사망을 미디어로만 접했음에도, 많은 학생들의 눈에는 미국의 문제이자, 훨씬 더 크고 광범위한 사안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짚었다. 글로벌 차원의 ‘정의’ 실현을 위한 싸움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다.


가자지구 전쟁에 반대하며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캠퍼스 내에서 반전 시위를 하던 한 학생이 지난달 30일 밤 학교 측의 시위대 해산 요청을 받고 강제 진압에 나선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가자지구 전쟁에 반대하며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캠퍼스 내에서 반전 시위를 하던 한 학생이 지난달 30일 밤 학교 측의 시위대 해산 요청을 받고 강제 진압에 나선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제국주의' '정치화' 등 학술 용어로 시위 설명

학생들은 실제로 각종 학술 용어를 써 가며 시위 참여 이유를 설명했다. 코넬대 1학년생 케이티 루에프는 “기후 정의는 모두의 문제로, 제국주의 및 자본주의에 대한 투쟁에 뿌리를 두고 있어 정체성의 모든 차원에 영향을 미친다”며 “팔레스타인 주민 대량 학살, 그에 대한 투쟁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에 재학 중인 니콜 크로포드는 가자 주민들의 고통이 전 세계에서 억압을 받는 다른 이들과도 연결돼 있다며 ‘국가 폭력에 의한 시민 정치화’를 강조했다.

‘반유대주의’ 논란에도 선을 그었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4학년생 라일라 슈타인바흐는 “10월 7일 사건(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서 하마스가 자행한 모든 폭력을 비난한다”며 “그러나 이스라엘의 폭력, 미 제국주의의 폭력이 테러리즘을 키운다는 것도 나는 안다”고 말했다. 피츠버그대의 알렉산드라 와이너는 “시위대 캠프에서 반유대주의를 한 번도 느끼거나 들어 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억압적인 글로벌 권력 구조에 대한 비판이라는 주장이었다.

미국 대학가의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전날 경찰이 강제 진입한 뉴욕 컬럼비아대와 뉴욕시립대 등에서 300여 명이 체포된 데 이어, 이날 뉴욕 포드햄대와 위스콘신대에서도 각각 15명과 34명이 연행됐다. 텍사스대에도 경찰력이 투입됐고, UCLA에서는 친이스라엘 시위대가 친팔레스타인 시위 캠프를 습격하며 폭력 사태까지 빚어졌다. 반전 시위 움직임이 있는 대학교는 이날 기준 최소 32곳이며, 지난달 18일 이후 경찰에 체포된 대학생은 1,300명을 넘어섰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학생들이 1일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내에서 '대량 학살 반대, 인종차별 종식' 문구를 적은 현수막을 들고 반전 시위 행진을 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학생들이 1일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내에서 '대량 학살 반대, 인종차별 종식' 문구를 적은 현수막을 들고 반전 시위 행진을 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베트남전 반대 시위보다 더 불안정성"

시위가 잦아들지도 미지수다. 워싱턴포스트는 “학교 당국이 시위 참여 학생에 대한 퇴학 조치 위협을 가하고 시위대 캠프 해체 작업을 진행하며 학교와 학생 간 분위기가 급격히 적대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학생들의 저항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것이다. 컬럼비아대 공공 정책 담당 교수인 티머시 나프탈리는 “이번 시위는 (1960년대의) 베트남전 반대 시위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방식으로 불안정성을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위 외연이 더 확장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파장은 정치권으로도 번졌다. 미 하원은 이날 ‘반유대주의’ 개념을 더 폭넓게 적용하도록 한 법안을 공화당 주도로 가결 처리해 상원으로 넘겼다. 이스라엘 비판 시위에도 ‘반유대주의 딱지’를 붙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찰의 시위대 강제 해산을 “지켜보기에 아름다웠다”며 칭찬했다.

김정우 기자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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