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법상 재산관리인 안 통하면 무효
북측 거주 자녀들, 상속 확정 뒤 돌변
대법 "약정 무효지만 위임 계약 인정"
북한 주민이 남측 법무법인을 통해 남한 부모의 재산을 상속받은 후 변호인 보수 지급을 거부하는 건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A법무법인이 북한 주민 안모씨 형제 등을 상대로 제기한 보수 약정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4일 파기환송했다.
안씨 형제는 2012년 3월 남한에 사는 재력가 아버지가 사망하자 상속권자로서의 몫을 주장하기로 결심했다. 2012년 제정된 남북주민사이가족관계와상속등에 관한 특례법(남북가족특례법)이 북한 주민의 상속권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중개인을 통해 2016년 A법무법인과 상속회복 청구 소송 등에 관한 위임 및 보수약정을 체결했다. 약정에 따르면, 법무법인이 분쟁을 해결하면 안씨 형제는 '총 상속지분의 30% 또는 이에 상응하는 금전'을 성공보수로 지급하기로 했다. 법무법인은 성공적으로 일을 처리했고, 2019년 196억 원 상당의 상속재산을 형제 몫으로 돌려놨다.
하지만 안씨 형제는 재산관리인을 통하지 않고 법무법인과 맺은 약정은 무효라는 주장을 폈다. 남북가족특례법이 북한 주민이 남한 내 재산에 관한 권리를 취득한 경우 재산관리인을 선임해야 하고, 이를 통하지 않은 상속재산 관련 법률행위는 무효로 규정한 조항을 앞세웠다.
법무법인 측은 보수를 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1·2심 모두 보수약정은 물론 위임약정도 모두 무효로 판단해 안씨 형제 손을 들어줬다. 성공보수 약정이 무효인 만큼 하나의 계약인 소송대리 위임 약정 역시 성립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우선 원심대로 성공보수 약정 자체는 재산관리인을 통하지 않아 무효라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위임계약 자체를 무효로 본 원심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북한 주민인 피고들로서는 남한 내 상속재산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위임계약이 필요한 상황이었으므로 보수약정이 무효가 된다는 사정을 알았더라도 위임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은 단지 보수 지급에 관한 명시적 약정이 없는 경우에 해당할 뿐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응분의 보수를 지급할 묵시의 약정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사건 수임의 경위, 사건 난도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해 보수액을 결정해야 한다면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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