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 소재 소진공, 유성 이전 추진
직원 열악한 근무환경, 임대료 등 명분
대전시·중구·상인회 잇따라 항의 방문
박성효 "돌이킬 수 없어" 못 박아
"소진공만 발목 잡아" 불편한 심기
"임기 중 대전 떠나지 않아" 약속도
대전 구도심에 10년 간 둥지를 튼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이 신도심 이전을 추진, 지역사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 대전시와 중구, 구도심 상인들은 "소진공이 원도심 활성화에 역행하고 있다"며 잔류를 요구하는 반면, 소진공은 '상반기 중 이전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29일 대전시와 소진공에 따르면 소진공은 중구 소재 본사를 유성구 지족동 KB국민은행 건물로 오는 6월까지 이전한다. 소진공은 지난 18일 새로 이사할 건물주와 임차 입주계약을 체결했다.내부 공사를 완료하는대로 본사를 이전할 방침이다.
소진공은 소상공인시장진흥원과 시장경영진흥원이 통합해 2014년 출범한 기관으로, 중구 대흥동 D빌딩 건물 5개 층을 임차해 직원 500여명이 근무하는 본사 건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D빌딩이 건축된 지 30년이 넘어 노후한 탓에 열악한 근무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직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소진공은 2021년 중소벤처기업부의 세종 이전과 맞물려 본사를 세종으로 옮기려 했지만 무산됐다. 이듬해 9월에는 대전 유성 신세계사이언스콤플렉스로 이전하려 했지만, 임차 조건 등이 여의치 않아 또다시 이전 계획을 접었다. 대전시가 본사 인근에 있는 대전테크노파크 건물 입주를 제안했지만, 주차장과 공간 협소 등을 이유로 거절했다.
소진공 측은 비싼 임차료도 본사 이전의 명분으로 내세운다. 현 D빌딩은 보증금 10억 2,000만 원에 연간 임차료 17억 6,200만 원이다. 이전하려는 유성 KB국민은행 건물은 보증금 4억 9,500만에 연 임차료 13억 2,000만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부 산하 기관으로, 정부세종청사를 오갈 때 교통상 유리한 점도 이전 배경으로 꼽힌다.
그러나 소진공의 이전과 관련, 대전시와 중구·중구의회, 주변 상인들은 원도심 공동화가 심화할 것이라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김제선 중구청장과 윤양수 중구의회 의장, 박용갑 국회의원 중구 당선인은 지난 22일 소진공을 항의 방문했다. 김 구청장은 "원도심 활성화의 가치를 버리는 행태로, 공공기관이 설립 취지와 목적을 져버리고 도둑 이전을 하려한다.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박 당선인은 "소진공은 공동화된 중구 활성화 차원에서 대흥동에 들어섰다. 대전에서 상점가와 전통시장이 가장 많고, 대전역과 가까워 좋은 접근성을 가진 중구를 떠나려는 것은 설립 목적에 맞지 않다"고 잔류 필요성을 역설했다.
원도심 상인들의 반발도 거세다. 이날 박성효 소진공 이사장과의 면담을 제지당한 장수현 대전상권발전위원회장(대흥동상점가상인회장)은 "소진공은 해체하고 박 이사장은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인들은 다음 달까지 소진공 청사 앞에서 유성 이전 반대 1인 시위를 이어갈 참이다.
앞서 대전시도 지난 17일 소진공을 항의 방문해 이전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권경민 시 경제과학국장은 "소진공 직원 근무환경 개선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소진공 측은 임차 계약을 한 뒤 일방적으로 이전을 통보했다"며 "지금이라도 시, 중구와 대화를 통해 전향적으로 검토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소진공은 이전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소진공은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유성 건물 임대 계약 사실을 알리며 이전 방침을 공식화했다. 안전 확보와 업무효율화, 기관 경비 절감, 복지 향상, 직원 80% 이상의 찬성 등을 이전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럼에도 지역사회에서 이전 철회 요구가 계속되자 박성효 이사장이 지난 24일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중소벤처기업부와 협의가 끝난 사안으로 돌이킬 수 없다"고 논란에 못을 박았다.
박 이사장은 "시청과 동구청, 시립연정국악원 등이 원도심을 떠날 때는 아무 저항이 없었는데 유독 소진공 이전에만 발목을 잡고 비난하는지 모르겠다"며 "소진공은 대전 원도심 활성화가 아니라 전국 소상공인을 상대로 일하는 곳이다. 이전을 위해 대전시 허락을 받아야 하는 기관도 아니다"라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그는 "적어도 제 임기 중에는 대전을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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