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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알고 계셨나요? 한국의 톱, 이탈리아 시장 점유율 1위

입력
2024.04.28 16:00
수정
2024.04.28 17:2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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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목공 원예공구 전문, 부산 '태흥이기공업사'
원예용 톱 국내 전문가 시장서 80% 차지
유럽, 북미, 호주 등 세계 40여 개국 수출
높은 품질, 내구성… 고급 시장 공략 주효
"세계가 인정 100년 이상 가는 기업 될 것"

편집자주

지역경제 활성화는 뿌리기업의 도약에서 시작됩니다. 수도권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고군분투하는 전국의 뿌리기업 얘기들을 전합니다.

우영환 태흥이기공업사 대표가 회사 내 제품 전시실에서 주력 상품인 톱을 소개하고 있다. 권경훈 기자

우영환 태흥이기공업사 대표가 회사 내 제품 전시실에서 주력 상품인 톱을 소개하고 있다. 권경훈 기자


톱, 가위, 낫, 도끼. 옛날 대장간 이야기에서나 나올 법한 공구들이지 첨단산업 시대와 왠지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톱, 가위, 낫, 도끼를 내세워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업체가 있다. 부산 기장군 정관면에 있는 태흥이기공업사다.

지난 22일 오후 태흥이기공업사 공장. “찌지직, 찌지직” 소리를 내며 레이저를 쏘는 기계가 파란색, 빨간색 불꽃을 만들며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강철판을 톱 모양으로 절단하는 작업. 이 강철판은 톱날 만들기, 연마와 도금, 열처리 과정 등을 거쳐 완제품이 된다. 우영환(56) 대표는 “하루에 톱만 1만 개 정도 생산하고 있다”면서 “완전 자동화 공정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기장군 정관읍 태흥이기공업사 공장 내에서 레이저를 이용해 강철판을 톱 모양으로 잘라 내고 있는 모습. 권경훈 기자

부산 기장군 정관읍 태흥이기공업사 공장 내에서 레이저를 이용해 강철판을 톱 모양으로 잘라 내고 있는 모습. 권경훈 기자


끌, 대패 목수용 공구서 명품 공구로

태흥이기공업사는 우 대표의 부친인 우병현(89) 회장이 지난 1959년 설립했다. 끌이나 대패 등을 만들어 목수들에게 팔기 시작한 것이 사업의 시작이었다. 1960~1970년대에는 목수들이 사용하는 톱을 만들어 판매했다. 당시만 해도 일본업체가 톱 시장을 완전 장악하고 있어 수입에 의존하던 시절이었다.

태흥이기공업사는 일본과 기술 제휴를 하고 재료와 기계 모두를 일본에서 가져와 톱을 만들기 시작했다. 자체적으로 품질을 높이는 데도 노력을 기울였다. 일본 업체의 주문을 받아 납품하는 방식으로 ‘역수출’을 진행하면서 기술력을 높였고 톱 제작 기계도 없었던 우리나라 톱 시장을 순식간에 장악하면서 톱의 국산화를 이뤘다.

1980년대가 되자 전기톱 등 전동 공구가 등장하면서 손으로 사용하는 톱은 건설 현장 등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시장 변화를 재빠르게 감지한 우 회장은 주력 생산품을 원예용 톱으로 바꿔 고급 시장이나 전문가를 위한 명품 공구 시장을 개척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 회사 원예용 톱의 국내 점유율은 농민과 원예사 등 전문가 시장에서 80% 이상을 차지한다. 국내 과수원 대부분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태흥이기공업사 공장 안에 손잡이 부착 작업까지 마친 톱이 쌓여 있는 모습. 권경훈 기자

태흥이기공업사 공장 안에 손잡이 부착 작업까지 마친 톱이 쌓여 있는 모습. 권경훈 기자


세계 시장에 진출, 이탈리아에선 1위

1992년부터 부친과 함께 일을 시작한 우 대표는 본격적인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다. 자체 대표 브랜드도 ‘백마(White Horse)’로 단일화했다. 1993년에는 이탈리아 업계 관계자들이 “업계에서 품질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으니 톱을 공급해 달라”며 직접 회사를 찾아오기도 했다. 우 대표는 “뛰어난 품질과 기술력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 시장을 넓혀야 한다는 생각에 무작정 각종 세계전시회에 참가했다”고 돌아봤다.

1990년대 중반 무렵부터 우 대표는 독일 쾰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국제 가든 리빙 전시회를 비롯해 중국, 아랍에미리트, 미국 등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상품을 들고 찾아다녔다. 하지만 세계 시장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4~5년 동안 해외 곳곳을 찾았지만 가시적 성과는 없었다. 그러는 동안 조금씩 제품의 명성이 알려지기 시작하더니 2000년 초반부터 해외 수요가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이탈리아, 그리스, 독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과 미국, 캐나다, 브라질 등 4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수출 비중이 매출의 45%가량을 차지한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크고 깐깐하기로 유명한 톱 시장인 이탈리아에서는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우 대표는 “참나무보다 단단하다는 지중해 올리브나무의 가지를 정교하게 자를 수 있어 다음해 가지가 잘 자라고, 농사에 큰 도움을 준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면서 “톱을 쓰는 전문가 10명 중 7~8명이 사용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중순에는 호주 수입업체의 요청으로 대규모 초도 물량을 컨테이너에 실어 보냈다.

우영환 태흥이기공업사 대표가 해외에서 열린 한 전시회에서 바이어들과 만나 수출 관련 상담을 진행한 모습. 태흥이기공업사 제공

우영환 태흥이기공업사 대표가 해외에서 열린 한 전시회에서 바이어들과 만나 수출 관련 상담을 진행한 모습. 태흥이기공업사 제공


끊임없는 상품 개발과 새 분야 개척

태흥이기공업사의 주력 상품은 톱이다. 현재 생산 중인 톱만 150종에 이른다. 같은 모양의 톱이라도 길이, 무게, 톱니 간격 등에 변화를 줘 상황에 맞춘 정밀 작업이 가능하다. 삼림관리에서부터 조경, 정원 가꾸기, 전지작업, 사냥, 농업 등 상황에 맞는 톱을 골라 쓸 수 있다. 가위 역시 비슷한 용도로 충전식 무선전지가위 등 25종이 있다. 우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는 충전용 톱에 사용하는 톱날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면서 “기존의 저가 톱날과는 달리 강한 내구성과 강도를 갖추고 있어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4~5년 전부터는 낫과 도끼 상품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았다. 낫은 오래전부터 국내 유명 업체가 생산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다. 하지만 해당 업체가 외주 제작을 하며 품질이 저하되자 품질이 좋은 태흥이기공업사의 제품을 찾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현재는 중국산 저가 낫 등을 제외한 고급 낫 시장의 점유율이 50% 수준에 이른다. 도끼는 원예용이나 캠핑용 등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데 액운을 끊어 준다는 의미가 있어 소장용으로 인기다.

톱을 비롯한 가위, 낫, 도끼의 연간 최대 생산량은 400만 개 수준이다. 해마다 5% 정도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 우 대표는 “공장 자동화를 꾸준히 진행하면서, 새로운 상품 개발을 위한 시장 조사도 계속하고 있다”면서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새로운 시장 개척으로 세계에서 인정받는 100년 이상 가는 향토기업이자 대한민국 대표 기업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부산= 권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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